▲ 소송에 참가하려는 포항시민 줄
경북 포항에서 소송대란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오늘(22일) 오후 3시쯤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사무실 앞에는 수십 명의 시민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범대본과 연계한 법무법인을 통해 포항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추가로 참여하기 위해 서류를 내려는 이들이었습니다.
사무실 입구에서 만난 한 시민은 4시간 기다려서 겨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신청을 받는 데도 오전 9시 이전부터 나온 시민도 있었습니다.
새치기 때문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고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보니 서로 모르는 시민끼리 서로 집안 사정을 얘기하며 말벗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몰리다가 보니 범대본 소속 회원은 안내와 질서 유지를 맡아 봉사활동을 폈습니다.
이렇게 범대본 사무실에 시민이 몰린 것은 지난 16일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는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공동대표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들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열발전과 지진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을 모두 겪은 포항시민에게는 300만 원,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들이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범대본뿐만 아니라 포항지진 공동소송단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한 시민은 약 5만 명입니다.
포항 인구가 50만 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45만 명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셈입니다.
범대본뿐만 아니라 다른 포항지역 변호사들도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범대본 사무실 인근에 있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도 10여 명의 주민이 계단에 서서 차례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법원 인근 양덕동 법조타운에도 소송에 참가하려는 시민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몇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송 착수금은 개인당 3만 원이고 성공보수는 승소금액의 5%입니다.
소송을 주도한 범대본에 훨씬 많은 시민이 몰리다가 보니 소송에 참여하려는 시민이나 범대본 모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포함해 하루에 3천∼4천 명이 서류를 내다가 보니 과부하가 걸린 상태입니다.
범대본 주변 수협에도 소송인지대를 내려는 발길이 늘어 아예 안내문을 붙여놓았습니다.
이에 범대본 측은 포항지역변호사회를 통해 모든 포항지역 변호사들이 소송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많은 시민이 오다가 보니 안전이나 질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봉사자를 통해 신경을 쓰고 있고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했다며 소송 참가자를 분산시켜야 해서 포항지역변호사회와 포항지역 각 변호사에게 소송에 동참해달라고 공문이나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