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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기했지 느그가 포기했나"…10년 전 기억 더듬은 유동규 [이재명 '대장동 재판' 취재파일(5)]

요약

● 여섯 번째 법정 대면, '이재명 불리 증언' 쏟아낸 유동규

- 유동규 "위례 사업 구조 담긴 계획안 이재명에 보고했다"
- 10년 전 기억 더듬어 "우리가 포기했지 느그가 포기했나" 말투 재연 
- 이재명, 21일-28일 반대신문 직접 나설까
 

증인신문 당일 "머리 아프다"며 돌아간 유 전 본부장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7회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명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례·대장동·성남FC 6차 재판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 맞춰 도착한 이 대표와 달리 유 전 본부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재판을 맡은 김동현 부장판사는 "오늘 증인이 몸이 좋지 않아 나오지 못했다"며 신문을 다음 기일로 미뤘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취재진의 연락에 "몸살인지 머리가 아프다, 하루 이틀 쉬면 좋아질 것 같다"며 출석하던 중 되돌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3일 뒤 다시 증인 신문이 열리는 날(17일), 이 대표는 한층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코트 없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승합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오른쪽, 왼쪽의 지지자들을 향해 각각 한 번씩 손을 들고 인사했습니다. 미소를 띤 채 법원 안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갔습니다.

  

여섯 번째 법정 대면, 이 대표에 '불리한 증언’ 반복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이 대표와 법정에서의 여섯 번째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위례·대장동·성남FC 재판에서는 두 번째 증인 출석이지만 올해 초부터 진행된 공직선거법 재판을 포함하면 이 대표와 여섯 번째 법정 대면입니다. 
 

이재명 피고인·유동규 증인 법정 대면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수사 초기 의혹을 부인하다 지난해 말 보석으로 석방 후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불리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주장에는 "거짓말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김 전 처장 등이 함께한 골프 여행에 관해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직접 반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7일부터 위례·대장동·성남FC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앞에서 "한때 그를 지키려던 생각을 한 게 끔찍하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증인신문의 서막을 여는 듯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후 출석한 17일 재판에선 다시 한번 10년 전 기억을 더듬으며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습니다.
 

'위례사업 방식' 잘 몰랐다는 이 대표 말 반박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7월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가 만든 위례사업 계획안을 이 대표에게 보여주며 "얘들(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선수라 금방 만들었다, 이대로라면 가능하다, 성남시도 공무원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이들이 증권회사도 섭외할 거라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당시 첫 사업이니 잘하라고, 꼭 성공시켜 보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욱 등 민간사업자들과 SPC 방식으로 위례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걸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겁니다. 이 대표에게 예상 사업 수익을 보고한 적 있냐는 검찰의 질문엔 "남욱 진행대로 하면 8백억에서 1천억 수입 정도 나올 거란 취지로 보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성남시청에 관련 플래카드가 걸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포기했지, 느그가 포기했나" 말 들어


 유 전 본부장은 또 성남시가 시의회 반대로 위례 사업을 포기한 뒤에도 '사업을 추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포기한 후 사업이 되든 안 되든 성남시와 상관없었다'는 이 대표 말의 진실성을 떨어트리는 증언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시에서 저와 얘기 없이 포기 선언이 나와 어떻게 된 거냐 물었다"며 이때 "'우리가 포기했지, 느그(성남도시개발공사)가 포기했나, 진행하면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 말이 이 대표의 말인지 정 전 실장의 말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 말의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급하게 "방금 증인이 흉내 낸 말투가 누구의 말투냐"고 질문했지만 둘 중에 누군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시장실에서 함께 공원 그림 그렸다" 재차 주장


 유 전 본부장은 지난 4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증인신문에서 공방을 빚었던 '1공단 공원 부지 그림' 이야기에 관해서도 또다시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2013년 이 대표와 1공단 그림을 그리며 대장동 사업에서 1000억, 1500억 수익을 가져오면 될 것 같다 말한 적 있냐"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맞다"면서 "시장실에서 (이 대표와 함께) 그림을 그려가며 배치를 이쪽으로 할지 저쪽으로 할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남욱을 통해 이 비용이 만들어지는지 검토하겠다고도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도 등장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월 재판에선 "나와 그림 그리면서 이야기한 게 맞냐, 증인만 그린 것이 아니냐"며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날카롭게 질문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서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며 "함께 그렸다"고 맞섰습니다. 오는 21일과 28일 예정된 재판에서 이 대표가 관련 내용을 또다시 직접 물어볼지 주목됩니다.
 
 이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들어오기 직전, 그리고 유 전 본부장이 몇 분간 검찰 진술 조서를 확인할 때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직선거법 재판 때보다는 차분했습니다. 이 대표를 '이재명 씨'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불렀던 지난번 증인신문과 달리 '이재명 시장에게', '이재명 시장은' 등의 표현으로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유동규 조서만 1m 넘어…" 재판 일정 두고 공방

 이 대표 측은 이날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 재판 일정이 부담된다"며 앞으로의 재판 일정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유동규 조서 길이만 1m가 넘는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일정을 늦추자는 안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반박했고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요일 변경은 가능하지만 재판을 늦추는 건 어렵다고 단호하게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부에 직접 "어려운 상황이라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허허 웃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이때 외에는 한 번도 직접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28일 12월 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21일 검찰 측의 유 전 본부장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도 반대 신문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대표가 또 한 번 직접 신문에 나설지, 나선다면 어느 부분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질문할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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