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미국에 확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 전했다"

이란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대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 40일 동안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의 미국 이익대표부를 통해 메시지가 오갔고 이 전쟁이 확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만약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주민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어떤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으며, 더 넓은 범위에 걸친 충돌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지난 15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만나 이란이 하마스를 정치적·정신적으로 계속 지원하겠지만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이란과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개입하는 확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이라크, 시리아, 예멘의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은 자국의 대리 세력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이들 세력들이 "팔레스타인의 무슬림, 아랍 동료 살해에 무관심하지 않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이스라엘 미사일·드론 공격,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 충돌을 언급하며 "전쟁은 이미 확대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은 이란에게 전쟁에 관여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그들은 모든 것을 갖고 있다. 그들은 미사일과 드론을 자체 생산하고 팔레스타인 내에서 필요한 군사 장비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진짜 싸움은 최근 며칠 사이에서야 시작됐다면서 "전쟁이 길어지면 재래식 군대를 둔 이스라엘보다는 게릴라 방식으로 싸우는 무장 단체들에 유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개시한 이스라엘은 지난 14일 하마스의 군사 본부가 있다고 지목한 알시파 병원에 병력을 투입해 수색 작전에 들어갔으며 16일에는 가자시티 서쪽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면대면 교전을 할 때라면서 이는 수주 동안 하마스가 기다려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하마스는 이 같은 국면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며 지상전은 이스라엘의 마비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전쟁의 운명은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