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우리나라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발효 식품, 김치에 해당한다면 보졸레 누보는 '겉절이'인 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보졸레 누보가 상점에 도착하면 '보졸레 누보가 왔어요!'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손님을 끌어들입니다. 해가 짧아지면서 우울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을 즐기는데 보졸레 누보는 톡톡히 그 역할을 합니다.
한때 호텔에서 10만 원에 팔리기도…
산지에서는 1만 원 정도에 불과한 이 햇와인은 마케팅에 힘입어 당시 호텔에서 10만 원 정도에 팔리기까지 했습니다. 비행기를 동원해 전 세계에 동시에 공수하려니 운송비가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바가지입니다. 그러다가 와인 애호가들이 늘면서 오크 숙성을 안 한 이 가벼운 와인은 점점 돈값을 못하는 와인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보졸레 누보, 그 이유는?
보졸레 누보를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데, 소믈리에는 보졸레를 탕 속에 쏟아 붓기까지 해서 '와인탕'을 만들기도 합니다. 와인이 아니고 포도주스라고 할 정도로 가벼운 보졸레 누보는 색깔도 보라색으로 포도주스와 비슷합니다. 또한 화이트 와인처럼 약간 차게 해서 마시면 신선한 과일향을 잘 느낄 수 있어서 뜨거운 온천욕을 하면서 마시기에 적당합니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바디감이 가벼울 뿐 아니라, 탄닌이 적어서 텁텁한 맛이 덜한 대신 과일향이 살아 있고, 발효 과정에서 바나나향이나 살짝 달콤한 풍선껌 향도 나옵니다. 이런 맛이 자극성이 덜하고 달짝지근한 일식과도 잘 어울려서 일본에서 인기는 지속되는 듯합니다. 전 세계에서 <샴페인>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이 <보졸레 누보>라는데, '샹팡! 샹팡!'이라며 샴페인을 좋아하는 일본은 <보졸레 누보>도 이렇게 즐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