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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북한에서 '신'과 다름 없는 김정은, 인간의 위치로 내려올 수 있을까

[교양이를 부탁해]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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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이 집권을 시작하자 북한이 변화할 거라는 기대가 상당히 컸습니다. 아버지인 김정일은 전형적인 국내파였던 데 비해 김정은은 어렸을 때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 젊은 지도자였어요. 김정은이 1984년생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집권했던 2012년에는 28살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젊은 지도자가 집권을 하게 되면 뭔가 변화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던 겁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 북한이 변화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보면 김정일 시대의 조선중앙TV는 갈색 배경의 칙칙한 분위기에서 보도하는 샷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에 비해 김정은 시대의 조선중앙TV는 뉴스 타이틀이 바뀌고 앵커 배경이 환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조선중앙TV / 김정은 시대의 조선중앙TV
또 최고지도자의 대중 연설이 나타났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대중 연설이라는 게 없었는데요,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15일에 김일성 생일 100회 기념 열병식에서 대중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김정은ㅣ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 (2012-4-15)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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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변화를 기대하게 했던 김정은

김정은은 집권 초 경제개혁 조치를 일부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포전 담당제가 있는데요, 북한의 협동농장은 대개 15명에서 30명 단위로 한 조를 이뤄서 작업을 합니다. 그럼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안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이 포전 담당제를 시행하며 그 규모를 2명, 3명, 4명 단위로 줄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개 가족 단위로 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 우리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성과를 분배해 받자'와 같은 의기투합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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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도입해 기업에게 독자적인 경영의 권한을 줬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독자적으로 계획, 생산, 물건 처분을 하면서 얻은 수익을 노동자들이 더 많이 분배받을 수 있게 됐어요. 즉 포전 담당제나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를 통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일부 경제개혁을 시도한 겁니다.

또 중요한 변화로 부인 리설주 공개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전에 아버지인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어땠을까요? 김정일한테는 부인이 여러 명 있었는데요, 첫째 부인 성혜림, 김일성이 정식 며느리로 인정했던 둘째 부인 김영숙, 김정은의 생모 셋째 부인 고용희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인이 많았음에도 김정일은 부인을 데리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던 적이 없습니다.

김정일 사망 직전 '김옥'이라는 여인이 넷째 부인의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고는 있지만, 김옥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방식은 단지 비서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를 공식석상에 등장시키고 여러 가지 행사에 함께 다니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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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가 상당히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면서 김정은 시대의 변화의 아이콘처럼 자리매김한 부분이 있었고, 이에 '김정은의 북한이 정상국가 체제로 가는구나', 이런 인상을 준 측면도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모란봉악단인데요, 모란봉악단이 특히 화려한 공연을 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모란봉악단의 화려한 공연이 2012년 7월 시범 공연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조선중앙TV가 이걸 녹화 중계를 했는데요, 미니스커트에 반짝이는 옷을 입은 북한판 걸그룹이 등장했고, 출연자들 중에는 어깨를 드러낸 북한으로서는 꽤 파격적인 의상도 나왔습니다. 또 미키마우스 인형이 등장했고, 마이웨이,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와 같은 노래가 연주되는가 하면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영화 장면과 함께 선보여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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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공연이 끝나고 엄지척을 하면서 '최고다' 같은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김정은 시대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집권 이후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듯했던 김정은이 왜 과거로 돌아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김정은이 집권 초에 가장 중점을 기울였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은이 집권 초에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절대 권위, 절대 권력을 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20대의 젊은 나이에 최고 지도자가 되는데, 그 휘하에 있는 간부들은 60대, 70대, 80대처럼 김정은의 아버지, 할아버지뻘이 대부분이었어요. 따라서 김정은이 권위를 내세우기 쉽지 않았던 거죠.

여기서 김정은은 집권 6개월 만에 리영호 총참모장이라는 사람을 전격적으로 숙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간부 잡도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리영호 총참모장이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총참모장은 우리로 따지면 합참의장의 직위입니다. 김정은이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시기가 2010년 9월에 있었던 제3차 당대표자회라는 행사인데, 당시 김정은과 함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위에 오른 사람이 리영호 총참모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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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젊은 아들인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기로 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해했을 텐데요, 그래서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사람으로 리영호 총참모장을 점지한 겁니다. 따라서 당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처음 생겼는데, 그 직책에 김정은과 리영호를 동시에 임명시켰습니다.

그런데 리영호가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집권하고 나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상당히 우쭐했겠죠? 그러니까 김정은이 집권 6개월 만에 바로 잘라버린 겁니다. 이어서 무자비한 간부 숙청과 잡도리가 이어지는데요, 김정은의 시대가 열렸지만 초반 몇 년 동안은 아버지 사람들을 계속 내치는 과정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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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총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인민무력부장은 우리로 따지면 국방부 장관인데요, 그러니까 국방부 장관이 공개총살을 당한 것이죠. 당시 국정원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4월에 평양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군 간부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을 당했습니다.

여기서 고사총이 무엇이냐면 항공기나 헬기를 잡는 대공화기입니다. 총알도 일반 소총과 달리 매우 큰데, 그걸 사람한테 쏜 거예요. 거의 시체가 너덜너덜해지고 시신의 흔적도 남지 않는 지경이겠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시신에 화염 방사기로 화염을 방사해 시신의 흔적도 남지 않게 했습니다.

이렇게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총살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위성사진에 찍힌 적이 있습니다. 2014년 10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에서 공개를 한 건데요, 미국이 평양 쪽 위성사진을 찍었는데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누군가 총살당하는 사진이 우연히 담겼습니다. 참고로 이는 현영철이 공개 총살당하는 현장과는 다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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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시면 앞쪽에 보이는 부분이 사형수들이 묶여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크게 보이는 부분이 대공화기, 즉 고사총 같은 무기들이 쭉 늘어서 있는 거예요. 또 뒤쪽 부분은 참관석인데, 간부들을 강제 참관시켜서 보게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데 강제로 몇백 명씩 뒤에 앉혀 그 장면을 보게 한 거죠. 여기에 강제 참관을 당해 해당 장면을 본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엄청난 공포 분위기에 휩싸여 '김정은 눈 밖에 나면 나는 죽는다', 이런 마음이 들었겠죠. 2012년 김정은 집권한 이후 2015년까지 이런 식으로 처형된 간부가 70여 명에 달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김정은이 간부들을 잡도리했던 사건들을 몇 가지 더 소개하겠습니다. 2014년 7월 조선중앙TV가 보도를 했는데요, 김정은이 해군 장교의 수영 능력을 판정하겠다면서 해군 지휘관들을 집합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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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만 봐도 배가 나오고 나이 든 모습이 역력한데요, 이들을 상대로 바다에서 왕복 10km를 수영하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지휘관들부터 전투 준비가 돼 있어야 된다", "육체적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면 지휘관 자격이 없다"라는 게 김정은의 얘기였는데, 나이 든 간부들에게 '너희는 내 졸개에 불과하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장성급 지휘관들에게 사격 훈련을 시키고 67살의 전직 공군사령관에게 전투기를 몰게 하는가 하면 장성들의 계급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간부 길들이기에 나섰습니다.

김정은이 본인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도 간부들을 휘어잡는 과정에서 굉장히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013년 12월에 장성택이 처형이 됐는데요,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고 즉시 집행됐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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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모부인데, 고모부라 하더라도 처형을 시킨다는 건 북한 내에서 누구라도 권력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살려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였겠죠. 북한 간부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자칫 잘못하면 나와 내 가족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엄청난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었을 거고, 김정은의 절대 권력은 이런 분위기 하에서 확립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70대, 80대 간부들이 저절로 일어서는 모습들이 보이고요, 얼마 전 열병식에서는 10살 남짓한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게 북한군 원수가 무릎 꿇는 모습이 나왔는데 이런 것들이 김정은의 절대권력이 북한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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