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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팝의 '선한 영향력', 국제기구의 러브콜을 받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유네스코 청년 포럼 연설

[취재파일] K-팝의 '선한 영향력', 국제기구의 러브콜을 받다
지난 14일 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앞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섰습니다. 유네스코 청년 포럼의 스페셜 게스트로 연단에 서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 세븐틴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 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이고, 청년 포럼은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 세대의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유네스코가 2년마다 각국 청년 대표들을 초청해 벌이는 대형 행사입니다. 이 무대에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공연자'가 아닌 '연사'로 오른 겁니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꿈의 소중함 (멤버 승관의 이야기)

세븐틴 승관 (사진=연합뉴스)

혹시 대한민국 남쪽에 있는 섬 제주특별자치도를 아시는지요? … 저는 이 아름다운 섬, 그러나 수도 서울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섬에서 저만의 꿈을 키웠습니다. 사랑스럽지만 작은 섬인 이곳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언젠가 수많은 팬들 앞에서 공연하겠다는 바로 K-팝 스타라는 꿈이었습니다. 제주도 바다와 오름 곳곳을 누비며 저는 친구들과 서로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꿈을 나눌수록 제 가슴 속은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해 주신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섬에서 미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은, 오늘 이렇게 유네스코 본부에 섰습니다. 이제 저는 그리고 저희 멤버들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오늘 자연의 소중함을, 미래를 위해 흘리는 땀의 가치를, 교육의 소중함을,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 온 우리의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멤버 준의 이야기)

세븐틴 준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2012년 어느 날, 우리 멤버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 저는 어려서부터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았고, 제가 이러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팀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기에 언어 장벽도 굉장히 큰 고민이었습니다. 이때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저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다들 손짓과 표정으로 저와 소통하려고 노력해 주었고, 저는 최선을 다해 언어를 배워나갔습니다. 멤버들과 격 없이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한 가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멤버들과 함께라면 실패는 두렵지 않아. 혼자서는 힘들지만 13명이 함께라면 해낼 수 있어. 우리에겐 공동의 꿈이 있어"라고 말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멤버들도 모두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오늘 세븐틴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우리가 힘든 상황을 직면하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흘린 땀의 가치 (멤버 우지의 이야기)

세븐틴 우지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세븐틴은 데뷔 9년 차에도 팬이 늘고 성장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을 처음부터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쟤들은 실패할 거야'라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보이 그룹으로 13명이나 되는 멤버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멤버 평균 나이가 17살로 너무 어리니 '멤버들 간 잘 지내지 못할 거다',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거다'라는 의심도 많았습니다. 네, 적어도 잘못된 지적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한계를 우리가 함께 극복해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좌절하기엔 우린 너무 젊었습니다. 꿈에 대한 열정도 조금도 식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겐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자 따뜻한 마음을 지닌 동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멤버들이 있었거든요. 성공이 빠르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13명의 멤버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우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기부의 의미 (멤버 민규의 이야기)

세븐틴 민규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 네, 맞습니다. 저희 세븐틴 멤버 13명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저희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아이들에게 선물한 13마리 염소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멤버들의 이름을 딴 염소를 탄자니아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 어느 날, 저희는 아주 감동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그 먼 곳에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탄자니아 어린아이가 염소와 찍은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있었습니다.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울게요." … 2017년부터 7년 동안 데뷔일마다 아동 기관과 어린이 재단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세대 누구도, 어떤 환경에서도, 꿈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꿈의 나눔'은 곧 '긍정의 나눔'이자 '희망의 나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교육의 중요성 (멤버 조슈아의 이야기)

세븐틴 조슈아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저희는 제3세계에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를 지으려 합니다. 또한 교육을 위한 토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현 시대의 중요한 과제인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유네스코의 엠버서더로 적극 활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제 저희는 보다 큰 책임감으로, 보다 넓은 지역에서, 보다 많은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 약속은 저희가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입니다. … 저희는 연대를 통한 서로 간의 배움 속에 꿈을 이루는 길이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저희가 유네스코를 통해 펼치고자 하는 일들이, 지금 이 시간에 제주도보다 작은 어느 섬에서 꿈을 키우고 있을 소년 소녀, '꿈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실행하는 시골 어느 마을 어린이들에게까지 기적처럼 닿기를 기원합니다. 배움은, 세븐틴이 그랬듯,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의 꿈을 확장시키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노래는… (멤버 버논의 이야기)

세븐틴 버논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함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세요. ('WORLD' 가사) 서로의 보살핌이 있다면 우리는 세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Darl+ing' 가사)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 수많은 내일들의 용기가 되어 나아갈 것입니다. ('Headliner' 가사) 그렇게 저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춤추며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신' 가사) 우리 함께라면 절대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것입니다. ('같이 가요' 가사) 오늘 우리의 이야기와 노래까지 들으신 뒤에, 이런 노랫말들이 더 큰 의미로 되새겨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네스코가 총회급 행사에서 아이돌 그룹에 세션 하나를 통째로 내어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청년 포럼을 담당하는 가브리엘라 라모스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SBS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세븐틴 초청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세븐틴은 음악인으로서도 뛰어나지만, 음악을 통해 청년들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에도 부합합니다. 세븐틴의 명성과 감성은 우리의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걸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는 세븐틴이 등장하는 올해 청년 포럼 소개 영상에 1천5백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며, 이런 일은 유네스코에선 매우 이례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 173개국 청년 대표와 사전 추첨으로 선정된 세븐틴 팬 등이 함께 한 파리 유네스코 현장은 연설과 짧은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20여 개 해외 매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유엔 총회 연설에 이어 세븐틴의 유네스코 연설까지. K-팝의 인기가 단순 팬덤을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니, 고무적인 일입니다.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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