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프렌즈 '챈들러' 역 배우 매튜 페리가 이야기한 진실

[뉴욕타임스 칼럼] Matthew Perry Told the Truth About Everything, By Heather Havrilesky

스프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헤더 하브릴레스키는 "영원한 굴레: 결혼이란 신성한 지루함에 대하여"의 저자이고, "폴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을 쓴다.
 

자서전 끝부분에서 배우 매튜 페리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던 순간에 관해 썼다.

"나는 평생 어머니가 그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이야기하자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용서하는 마음도 좀 갖는 게 어떻겠니?'"

가족 내에서 수치심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사람이 인정과 용서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 순간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에 또 다른 요구로 답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매튜 페리의 자서전 전반, 나아가 그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핵심 주제다. 다행히도 페리에게는 그 악순환을 끊어내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답한다. "엄마를 용서할게요." (그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을 들어보면 이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꾸며내지 않은 놀라움이 묻어난다.)

자서전에는 페리가 자신이 아주 어릴 때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를 용서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책에서 그는 여러 번 가까운 친구와 동료 배우, 연인, 매니저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의 중독 때문에 인생이 바닥을 쳤을 때 모두를 힘들게 한 것에 대해 언젠가는 용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사실 책 전반에 걸쳐 페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듯한 유일한 인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모든 일에서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나르시시스트인 동시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오피오이드 중독 합병증으로 인한 결장 파열로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 때도 그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입도 떼지 못하는 상태였다.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버릴 거라는,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부와 명성이 수치스러웠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았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이 역겨웠다고 고백했다. 본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매튜 페리의 인생은 너무나 오랫동안 수치심 그 자체, 자신이 절대 떨쳐버릴 수 없는 수준의 죄책감으로 얼룩져 있는 듯하다.

수치심에는 흔히 성공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완전히 망쳐놓을 힘이 있다. 돈은 자기 파괴로, 명성은 평생 가는 저주로, 사랑은 내가 끔찍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람임을 들켜버렸을 때 바로 버림받고 말 거라는 두려움으로 변해 버린다. 수치심은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애정 어린 대화를 결핍감과 죄책감, 소외의 고통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배우 벤 애플렉이 잡지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수치심은 정말로 독성이 강하고, 긍정적인 부산물은 전혀 없다." 수치심을 천국까지 가져간다면, 천국도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매튜 페리와 같은 유명인이 느끼는 특정한 종류의 수치심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이토록 정직했던 사람에 대해 애도의 감정을 느끼면서, 우리는 자기 삶과 인간관계 상의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수를 도덕적인 실패로 여기고, 그의 죽음을 통해 우리 모두가 사랑과 연결을 갈구하며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대신 그저 경고성 일화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모두 매튜 페리가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의 다른 버전을 반복하면서 사랑과 용서를 내면에 품는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쪽을 택한다.

매튜 페리 같은 이의 삶을 치명적인 결함이 있거나 처음부터 가망 없는 경우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재능 있는 배우의 죽음만을 추모하면서, 그 사람의 스크린 밖 삶에 대해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국 행복을 찾지 못한 이의 비극적인 실수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부와 명성이 우리를 절망으로부터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실패와 실수는 나쁜 기질과 어리석은 선택의 합작이므로 오로지 그 사람의 잘못이라는 그릇된 믿음은 사라져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