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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루에 어린이 400명 숨지고 다쳐"…버틸 수 없는 가자지구

- 토비 프리커 유니세프 가자지구 대변인 단독 인터뷰

[취재파일] "하루에 어린이 400명 숨지고 다쳐"…버틸 수 없는 가자지구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한 말입니다. 한 달째 이어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양측 사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가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숨진 사람은 모두 11,078명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가자지구, 어린이 피해

이 가운데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은 4,506명, 사망자의 40.6%에 달합니다. 놀이터에서 평소처럼 뛰놀던 아이는 갑자기 떨어진 미사일에 목숨을 잃었고,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 있던 아이는 폭격에 아파트가 무너져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전쟁의 참상은 가장 약하고, 여린 이들을 통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10분에 1명씩 어린이가 사망하고, 2명이 다치고 있는 가자지구. 그 실상을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의 가자지구 대변인 토비 프리커(Toby Fricker)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었습니다.

"하루에 어린이 400명씩 사상…가자지구는 재앙"

가자지구 공습, 어린이 희생자

프리커 대변인은 '가자지구 내 어린이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가자지구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사상자는 400명이 넘습니다. 일주일에 2,800명의 아이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거나 심하게 다친다는 겁니다. 그는 이런 가자지구의 상황을 '재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토비 프리커]
우선, 매일 400명 넘는 아이들이 숨지거나 심하게 다치고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숫자죠. 지금 가자의 상황은 재앙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의 삶은 참혹했습니다. 프리커 대변인은 가자지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식수난'을 꼽았습니다. 계속되는 봉쇄와 제한적인 구호품 반입으로 가자지구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조차 부족한 상황. 가자지구 내 식수 공급 시설 55%, 절반 이상은 공습으로 무너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정수된 물을 구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아이들은 흙탕물이나 소금기 가득한 물을 마셨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가자지구, 어린이 피해

프리커 대변인은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은 설사와 탈수 위험에 놓여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성인에 비해 어린이는 외부 환경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탈수 등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가자지구는 아주 좁은 면적에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만큼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 역시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비 프리커]
아이들은 매일 설사와 탈수 위험이 있는, 소금기 있는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어린이 4명 중 3명이 트라우마 겪어…살아남아도 '생지옥'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가자지구, 어린이 피해

아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 '전쟁 트라우마'입니다. 전쟁은 아이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프리커 대변인은 '가족,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들이 극심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폭격, 그 폭격으로 가족을 상실한 아이들이 강도 높은 불안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프리커 대변인은 '생존 어린이 4명 중 3명은 트라우마 증세를 보여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비 프리커]
오랜 기간 지속되는 전쟁은 아이들의 삶뿐만 아니라 심리 상태에도 굉장한 위협을 끼치고 있습니다. (중략) 한 여자아이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를 쥐어뜯고, 허벅지를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댑니다. 사람들은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어린아이들을 파고들었습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폭격에 누군가는 매일 밤 흐느꼈고,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또 다른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누군가는 말을 잃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겨우 생존했지만, 살아가는 매일이 그야말로 생지옥인 겁니다.

"가자지구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병원 4곡 집중 공습, 이-팔전쟁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밀집해있는 난민촌과 대형 병원을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자발리아 난민촌에는 사흘 연속 폭격을 퍼부었고, 지난 10일에는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공습을 가했습니다. 오갈 데 없이 난민촌에 모여있던 난민들은 쏟아지는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최소한의 치료조차 꿈꿀 수 없게 됐습니다.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프리커 대변인에게 '지상전이 이뤄지고 있는 가자지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성은) 0에 가깝다'였습니다. 사회 기반은 모두 붕괴됐고, 기초적인 의료 시스템마저 무너져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 프리커 대변인은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해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길고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가자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토비 프리커]
지금 가자지구가 버틸 가능성은 0입니다. 가자지구는 한계점에 이르렀어요. (중략)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이 필요합니다.

하루 4시간 교전 중단으론 부족…휴전으로 이어져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이스라엘 군, 하마스 교전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이 남쪽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대피와 탈출을 돕는 인도주의적 차원에 섭니다. 민간인, 특히 어린이 사상자가 급증해 국제사회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일시적 교전 중단은 없다'는 노선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은 '휴전'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4시간의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은 일시적인 작전 중단일 뿐, 전쟁을 중단하는 휴전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루 4시간이라도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면 반길 일이지만, 사실 4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4시간 교전 중지라면, 20시간 동안은 교전이 진행되겠지요.

민간인 사상자를 막기 위해선 휴전까지 가야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아득합니다. '4시간 교전 중단' 결정 이후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투는 계속된다"고 말했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수위는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프리커 대변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던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닐 겁니다. 하루 4시간 교전 중단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이 위태로운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전쟁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휴전을 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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