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유동규가 날 속였다" vs "한때 李 지키려던 생각 끔찍" [이재명 '대장동 재판' 취재파일(3)]

이재명

요약

● 두 번에 걸친 증거조사 절차…'위례 사업은 누구 것?'
- 성남도시개발공사 것인가, 이재명 대표 관여 사업인가
- 증거조사 '방식' 두고도 날 선 공방…"디스 이즈 칼"

● 증인 유동규와 두 번째 대면
- 직전 재판에선 "유동규가 날 속였다"...당일엔 침묵
- 유동규 "한때 (이 대표, 정 전 실장) 지키려던 생각 끔찍"

4번째 재판 출석...빨라진 걸음

지난 3일 오후 2시 5분, 검은색 승합차의 문이 힘차게 열렸습니다. 직전 재판부터 지팡이 없이 출석한 이재명 대표는 이날 빠른 걸음으로 법원을 향해 걸어 들어갔습니다. 재판부가 당부한 재판 시작 10분 전 출석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기자들의 질문엔 답 없이 양복 단추만 채웠습니다.
 

증거들이 '위례 개발사업 주체' 밝힐 수 있을까


이날은 증거조사가 진행되는 날이었습니다. 검찰이 재판에서 사용할 증거들을 미리 설명하는 절차입니다. 증거로 '어떻게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것인지' 설명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재판부가 위례, 대장동, 성남FC, 백현동 의혹 중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사건부터 끊어서 진행함에 따라 이날 증거조사 절차도 위례 부분에 관해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증거들을 제시하며 "위례 신도시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업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을 PPT 화면으로 띄우며 '주요 사업 내용 및 의사 결정을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가리켰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도개공이 대행하도록 한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대표의 성남시장 후보 시절 공약집을 보여주며 "위례 사업은 이 대표의 주요 공약 사업이라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직접 보고 받은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직원 외장하드에서 나온 '위례신도시 성남시 업무보고' 파일도 제시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시에 수시로 업무를 보고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임명할 당시 '직원 관리권을 이사장 권한에서 본부장 권한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문서를 제시하며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줘 위례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또다시 '셀프 변론' 요청

평상시 재판에서 눈을 감고 허공을 쳐다보던 이 대표는 이날 좀 달랐습니다. 검찰의 PPT 화면상 증거자료를 길게 응시하기도 하고 메모도 자주 남겼습니다. 법정 피고인석 모니터가 부족해 검찰 측 자료를 제대로 보지 못하자 재판부로부터 프린트물을 건네받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셀프 변론' 기회 요청은 이날도 등장했습니다. 재판부가 5분 내에 끝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8분가량 직접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위례 사업은 성남시가 아예 도개공에 넘겨줘서 자체적으로 한 사업이지 성남시 사업을 대리 또는 위탁한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위탁사업이었다면 계약을 따로 맺었을 건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또 위례 사업은 이미 포기한 공약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었다며 위례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자체 사업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습니다. 이날 이 대표 셀프 변론에는 대장동 사업 이야기도 또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들) 공모절차를 거친 것은 유동규가 나를 속이기 위해서"라며 "민간업자들이랑 결탁했다면 수의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 대표 변호인도 이후 "위례 개발 사업은 당시 성남시의회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던 사업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의 외장하드에서 나온 파일은 성남시에 공식 전달된 문서가 아니라 초안일 뿐"이라며 "이 대표에게 사업 관련 내용이 보고됐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유 전 본부장에게 권한을 몰아줬다는 검찰의 주장에 관해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장이 폭행과 공금 부정사용 등으로 해임 절차를 밟던 상황이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권한을 몰아준 게 아니라 이사장의 권한을 삭제한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디스 이즈 칼'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검찰

3일 재판에선 '증거' 자체보다 '방식'을 놓고 날카롭게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변호인들은 검찰 측 주장에 계속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이 대표 측은 "검사가 기본적으로 이 사건의 사업을 성남시가 해야 될 사업으로 전제하고 있다"며 "증거를 넘어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거조사 진행 방식은 증거 내용과 그것을 통해 어떤 사실을 입증할 것인지 분리해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증거가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재판부가 판단하면 된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증거와 관련해선 검찰과 변호사들의 판단이 다를 수 있기에 재판부에서 판단하겠다고 정리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칼에 대해 '이것은 칼입니다', '디스 이즈 칼'이라 말하는 것만으로는 사실관계 입증이 안 된다"며 "얼마나 날카로운지, 피고인이 들고 피해자 누구를 찌른 것이라고 설명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대표 측 주장은 검찰 측 발표를 끊는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인 측은 여전히 "주장과 증거 설명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맞불을 놨습니다.

법정 두 번째 만남...이재명 對 유동규

이재명, 유동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다른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는 이미 지난 3월 유동규 전 본부장을 법정에서 한차례 마주했습니다. 두 사람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이 대표의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두 사람은 7개월 만에 다시 한 법정에서 만났습니다. 이날 증인 보호를 신청한 유 전 본부장은 오후 3시 30분쯤, 조용히 법정으로 들어왔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출입구 쪽을 쳐다봤지만 유 전 본부장이 들어오자 시선을 돌렸습니다. 증인신문 시작 전 유 전 본부장을 몇 번 흘깃한 것 외에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직전 재판서 "유동규가 날 속이려 공모절차 진행" 날 선 비판...당일엔 침묵

직전 네 번째 재판에선 이재명 대표는 직접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유동규와 민간업자들이 날 속이려 (대장동 사업) 공모절차를 진행한 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이재명 대표는 침묵했습니다. 첫 재판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셀프 변론 기회를 요청해 온 이 대표는 이날만큼은 조용했습니다.

이재명 보는 앞에서 "한때 지키려던 생각 끔찍"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검찰이 준비한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질문에 답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실장이 '이재명 대표가 아이폰이 아니면 통화를 꺼린다'고 말해, 산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휴대폰을 바꿨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이재명 측근들과 소송 변호인들이 들어가 있던 텔레그램 '법조팀방'에서 정무적인 논의들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시작됐을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자택 압수수색 날, 정 전 실장의 전화를 받고 휴대폰을 밖으로 던졌고 정 전 실장으로부터 태백산에 가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면서 "검찰 수사 당시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죽어버려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 말미엔 故 전형수 전 경기지사 비서실장을 언급하며 당시 생각을 회고했습니다. 이 대표가 듣는 앞에서 "한때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지키야 된다는 생각을 한 자체가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먼 곳을 바라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故 전형수 국장님이 하신 일들을, 이재명을 위해서 해준 일들을 누구도 증언할 수 없지 않습니까. 대장동 같은 경우는 제가 맡아서 이재명과 정진상이 어떤 생각을 교류하면서 제가 중간에서 한 일들을, 제가 없으면, 지금 제가 있음에도 뻔뻔하게 증언하는 내용들을 훨씬 더 심하게 (증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던 자체가 끔찍합니다."
 

다음 재판 11월 14일…유동규 증인신문 계속

유동규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증인신문에 8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 만큼 다음 재판 날인 14일엔 오전부터 하루 종일 유 전 본부장을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 측에서도 반대신문이 이뤄질 예정인데 피고인들과 유 전 본부장 사이 직접 대화가 이루어질지, 혹은 직접적인 대화가 없더라도 상반된 주장으로 공방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