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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D리포트] 떠나는 이와 남는 이…가자의 '길' 위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관문, 이집트 국경의 라파 검문소입니다.

외국 여권을 가진 이들에게만 주어진 천금같은 탈출 기회를 모하마드 씨는 스스로 반납했습니다.

가족들만 내보내고 혼자 가자에 남기로 한 겁니다.

[모하마드 / 가자지구 의사 : 수많은 전쟁을 겪어 왔습니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1967년부터 계속 전쟁 속에 살아 왔으니까요.]

이스라엘이 처음 가자지구를 점령했던 1967년 이래, 수십 년째 포성이 멎지 않는 가자는 의사인 모하마드 씨에게 차마 떠날 수 없는 땅입니다.

[디나 / 모하마드 씨 딸 : 아버지가 떠나라고 했어요. 우리가 떠나야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고요. 아버지는 아픈 사람들을 남겨놓고 떠날 수 없다고 했어요.]

외국 여권이 없는 이들은 남으로 남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북부를 벗어나려는 이들이 몰리다 보니 차비는 수십 배로 치솟았고, 그나마 돈을 내도 차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가자지구 피란민 :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이스라엘군이 남쪽으로 가라고 하니 그냥 남쪽으로 가는 겁니다. 어디로 갈지, 어디서 자야할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신만 아시겠죠.]

고향을 잃고, 집을 잃고, 길마저 잃은 이들에게 남은 건 분노뿐입니다.

[가자지구 피란민 :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가 몇 명이나 죽었나요? 1천 명쯤 죽었나요? 민간인은 아무 이유도 없이 1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우리를 죽이려는 겁니다.]

물정 모르는 아이들은 돌무더기가 된 집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합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향해 던지는 아이의 V자는 자랑이나 기원이 아니라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째 반복돼 온 폭력과 죽음의 대물림 끝에 과연 승자는 있는 건지.

이스라엘이든 팔레스타인이든, 어른들은 그 답을 알고 있는 건지.

(취재 : 김영아 / 영상편집 : 김종미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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