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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통분모 찾기'

[뉴스페퍼민트]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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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충돌
전쟁은 서로 생각과 의견이 다른 인류가 벌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집단 폭력 행위입니다. 이미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총칼을 거두는 휴전이나 평화를 논의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겁니다.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는커녕 협상에 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도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하마스가 일으킨 동시다발적인 테러 공격을 지목하며,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중입니다. 하마스 측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의 부당함,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을 이야기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사를 요약한 글은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도 썼지만, 누가 먼저 잘못한 일이냐를 두고도 도무지 의견이 모일 것 같지 않습니다.

전쟁은 전 세계를 반으로 갈라놓은 듯합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에서도 아랍계 미국인, 무슬림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무슬림 학생 단체와 유대인 학생 단체 사이에 날 선 논쟁, 물리적인 폭력까지 벌어지는 대학교 캠퍼스는 미국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내가 올여름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과와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는데, 공공정책 대학원장인 아마니 자말 교수는 아내의 직장 상사입니다. 늘 히잡을 쓰고 있어서 무슬림인 건 알았지만,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와 이스라엘 출신 학자가 함께 쓴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실렸길래 읽고 나서 보니, 저자 중 한 명이 바로 자말 교수였습니다.

 

칼럼은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서 일한 사람이 함께 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둘은 실제로 프린스턴대학교에서 10년간 동료로 지내며 학술적으로 교류하고, 신뢰와 우정을 쌓은 사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또 언론과 사회 전반에서 상대방을 향한 거친 비난과 편 가르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공통분모를 찾고자 노력하는 두 학자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줍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공존과 평화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편을 갈라 상대방을 배척하고 제거하는 편이 더 간단하고, 심지어 옳은 일처럼 느껴지는 세상입니다. 실제로 프린스턴 시내에 하마스의 테러 공격 직후 자말 원장을 비난하는 영상 메시지를 담은 트럭이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후 트럭을 보냈던 단체 대표가 자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칼럼의 다른 저자인 컬럼비아대학교 국제정책 대학원의 케렌 야르히밀로 원장도 하마스의 테러 공격 직후 대학원 차원에서 성명을 냈고,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일어난 유대인 혐오 범죄나 폭력을 규탄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바쁜 일정 속에 서로 좀 더 이해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길을 찾자는 주장은 할 틈이 없어 보입니다.
 

"가자지구 사람들 중에 하마스 지지율 높지 않아"

기어이 전쟁은 시작됐고, 전황을 보면 한동안 계속해서 끔찍한 전개가 예상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찾을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상식과 원칙에 기대 적극적으로 평화를 논하며, 극단주의를 배격하는 일일 겁니다.

아마니 자말 교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여론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대표적인 단체 아랍 바로미터 프로젝트(Arab Barometer Project)의 공동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자기 이름을 딴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에즈라 클라인이 자말 교수와 인터뷰했습니다. 마침 아랍 바로미터 프로젝트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으므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하마스를 뽑아준 가자지구 사람들은 범죄의 공범으로서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한데, 자말 교수는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는 가자지구의 여론을 바로 읽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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