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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혐오 담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요구되는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 칼럼] The Discourse Is Toxic. Universities Can Help., By Amaney Jamal and Keren Yarhi-Milo

NYT 뉴욕타임스 썸네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마니 자말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 공공정책 대학원 원장이다. 케렌 야르히밀로 교수는 컬럼비아대학교 국제정책 대학원 원장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은 미국 사회와 대학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 글을 쓰는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교의 공공정책 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한 명은 전쟁으로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자랐고, 다른 한 명은 학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기 전,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전혀 다른 삶의 경로를 밟던 우리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10년간 함께 교수로 지내며 교류하게 됐고, 동료이자 친구가 됐다. 전혀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해가던 캠퍼스의 분위기,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악마화하는 양극화에 경각심을 느꼈다.

대학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중요한 문제를 밝혀내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공공정책 대학원의 교육은 창의적으로, 담대하게 사고하는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다른 이를 해치려는 발언에 맞서고, 교양을 갖춘 시민으로서 대화와 토론을 장려하며,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 수 있는 품을 갖춰야 한다.

담론이 거칠고 해롭다는 이유로 대학이 상아탑 안으로 숨어들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럴 때 견제받지 않는 담론은 더욱더 해로워진다.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활동가 단체는 물론이고, 일부 학생 단체들도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대신 상대방을 지워버리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 대학 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논의들은 정교하지도 못하고, 주장의 맥락과 배경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란 구호는 보통 이스라엘이란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과격한 구호를 외치는 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 대다수가 이 구호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제안한 두 국가 해법을 대체로 지지해 왔다. 한편,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을 들여다보면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학살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이를 비난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한 공격을 테러라 부르지 못하는 건 도덕적으로 근본적인 실패다. 당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권과 자치권을 지지하는 것과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는 건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테러리즘은 곧 모든 인류를 향한 공격이라는 상식적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정책의 어려움을 가르칠 때 보통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해야만 현실적인 답을 도출할 수 있는 어려운 질문부터 가르친다. 가자지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난관을 딛고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안전은 어떤 식으로 보장될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과연 서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양측이 동의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이 질문이야말로 정해진 교본이나 모범 답안이 있을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대학교 내의 많은 학생 단체와 모든 미국인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있는 교육자들에겐 혐오 발언, 사건의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쏙 뺀 거짓말 등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해로운 표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무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적극적인 반론이 허용될 때만 온전히 보장되는 법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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