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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파리에 등장한 '다윗의 별', 러시아가 배후?

프랑스 당국, '러시아의 사회 교란 작전' 가능성 수사

[월드리포트] 파리에 등장한 '다윗의 별', 러시아가 배후?
지난주 프랑스는 수도 파리와 그 주변 일대 등장한 '다윗의 별'로 시끄러웠습니다. 도시 곳곳 외벽에서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파란색 스프레이로 칠해진 채 발견된 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다윗의 별' 표식을 서둘러 지우고, '출신, 인종, 민족 또는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재산을 훼손한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여섯 개의 모서리를 가진 별 모양 표식은 다윗 왕의 아들인 솔로몬 왕이 이스라엘과 유대를 통합한 뒤 유대 왕의 문장으로 삼았다고 전해지며, 이후 유대인과 유대교의 상징이 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엔 독일 나치가 유대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해 이 모양의 배지를 달도록 강제하면서, 유대인의 끔찍했던 고통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표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파리서 '신은 위대' 자폭 위협, 다윗의 별 표식

당초 파리 남부에서 '다윗의 별' 60여 개가 발견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이후 유사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파리와 근교에서만 현재까지 250개에 달하는 '다윗의 별' 표식이 확인됐습니다. 로랑 뉘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여러 지역에서 '다윗의 별' 여러 개가 한꺼번에 등장한 점으로 볼 때,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다수의 의해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배후가 있고 계획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반유대주의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의혹과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당국은 10월 말, '다윗의 별' 일부를 그린 것으로 보이는 몰도바 국적의 부부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최소 15개의 '다윗의 별' 표식을 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각 28세와 33세인 두 사람은 수사 과정에서 제3자의 요구를 받고 이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던 중 낯선 사람이 접근해 왔으며,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다윗의 별'을 그리는 대가로 1인당 50유로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무를 마쳤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자신들이 그린 '다윗의 별' 표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당국은 CCTV 조사 등을 통해, '다윗의 별' 50개를 그린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용의자 커플의 신원도 확인했습니다. 이들 또한 몰도바인들로, '다윗의 별'을 그린 뒤 또 다른 인물과 함께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신속한 출국 과정이 마치 '특공대 작전'과도 같았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파리 검찰은 11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 조회 결과, 용의자인 두 커플이 동일한 제3자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파리와 그 주변에서 발견된 파란색 '다윗의 별' 표시가 해외에 거주하는 인물의 명시적인 요청에 따라 수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잇따라 발견된 '다윗의 별' 표식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과정에는 아나톨리 프리젠코라는 몰도바인 사업가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온라인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는 인물로, 친러 정당이자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몰도바 공화국 사회주의당' 소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 소련 연방 국가였던 몰도바는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을 했지만, 여전히 친EU 세력과 친러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윗의 별'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파리의 '다윗의 별' 이미지는 SNS를 통해 빠르게 유포됐는데,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한 계정이 러시아 용병회사인 바그너가 통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이었던 겁니다. 정부 관계자는 X에 관련 이미지를 올린 첫 번째 계정이 러시아에 있을 수 있으며, 해당 이미지가 수천 건 재게시되는 과정 또한 매우 인위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상태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상대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는 서방 국가들과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이는 러시아 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국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의심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프랑스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수사 확대에 나섰습니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주요 국가들의 심리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경계 태세는 더욱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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