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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D리포트] 이-팔 전쟁 한 달…살아남은 자의 고통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슬퍼하고, 어떤 이는 기도합니다.

행동은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가족을 앗아간 포화 속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이들입니다.

[알라 알 카파르네 (가족 중 8명 사망) : 아버지도 죽고 동생도, 삼촌도, 사촌 두 명도 죽었습니다. 임신한 아내도 죽었습니다.]

하지만 공평한 신은 행운을 거저 주는 법이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살아남을 것.

신이 내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명 넘는 사람들이 좁은 교실 한 칸에서 함께 먹고, 자고, 씻고, 바닷물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 밀가루 한 봉지를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할 때도 있습니다.

라파 국경을 통해 반입되는 하루 구호품 물량은 최근 트럭 50여 대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유엔 구호품만 매일 100트럭 이상 들어가던 전쟁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야세르 알아스탈/가자 주민 : 석기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주변 국가들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주변 의 모든 아랍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는 철통같이 막혀 있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딸이 하마스에게 인질로 끌려간 어머니는 한 달째 알 수 없는 딸의 생사를 반쯤은 가슴에 묻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절반의 희망 속에서 기도합니다.

[에일릿 레비/인질 어머니 : 마음속에서 계속 딸을 생각합니다. 머리를 어디에 두고 어디에 누워 있을까. 무얼 먹고 있고 잠은 자고 있는지… 물은 마실 수 있을까, 깨끗한 공기가 있을까? 숨을 쉴 수는 있는 걸까? 아마도 내 딸은 땅에 묻혀 있겠죠.]

하마스가 습격한 음악 축제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 여성에겐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로라 카다르 블라즈만 (음악 축제 생존자) :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려가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쟁의 고통은 죽음보다 삶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탓입니다.

전쟁은 정치나 종교, 체제, 생명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도전입니다.

(취재 : 김영아 / 영상편집 : 이승진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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