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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아빠의 육아휴직, 그게 별나고 다르게 볼 일인가요?

[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스프 대나무슾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숲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찌르는 높은 고층 빌딩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남자 A 씨는 지하철역을 나오며 옷깃을 세웠다. 건물 사이로 부는 바람이 송곳으로 얼음을 깨듯 귀를 빻고, 햇살 한 조각 비추는 공간을 찾지 못해 맘 둘 곳 없어서 서둘러 빌딩으로 걸어갔다. 사무실은 13층에 있다. 꽃샘추위에 걸음을 재촉하지만 맘속의 불안감은 커진다. 사무실에 내 자리가 무사할까? 육아휴직을 쓴 뒤 6개월 만의 첫 출근이다.

육아휴직 6개월간 복직 D-day가 가까워지는 만큼 점점 더 마음을 졸였다. 출근했을 때 내 자리가 그대로일까. 컴퓨터를 켜면 사내 인트라넷 접근 권한은 그대로일까, 내 부서는 기피 부서가 아니고 그대로일까, 갖은 걱정에 잠겼던 A 씨는 눈앞이 캄캄해져 꿈도 꿨다. 빌딩 13층에서 띵동 하며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화장실 앞에 책상이 하나 덩그러니 있고, "A 씨 자리"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그런 마치 어느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꿈 말이다.

1년 전의 이 결정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의 적응을 위해서였다. 1학기와 여름방학은 배우자인 B 씨가 육아휴직을 쓰고, 2학기와 겨울방학은 A 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둘의 논의는 오랜 것이었지만 그 논의의 깊이는 얄팍했다. 돌아가며 휴직을 해야 한다는 결정은 이미 내렸으면서도 과연 현실적인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결심을 하느냐의 문제였다.

결심이 어려웠던 첫 번째 문제는 생계였다. 월급쟁이 생활이 밥벌이인데 월급이 줄어드니 걱정이다. 한 달에 336만 원을 버는 A 씨는 육아휴직을 쓰는 6개월 동안 월 150만 원(OECD : 한국 2022년 기준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44.6%)밖에 받을 수가 없다. 그것도 한 번에 꽂아주는 돈이 아니다. 150만 원 중 37만 5천 원은 복직하고서 6개월이 지나서야 받게 된다. 부업도 없이 월급이 반토막 나는 꼴이라 쉬운 결심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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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어렵게 만든 두 번째 문제는 심적 부담감이었다. 육아휴직 거기는 주변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회사를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팔불출 같은 세계, 육아휴직 쓰는 직원에게 인사평가 몰아줄 수 없다던 상사의 거친 말이 화살이 되어 쏟아지는 세계, 나 좋자고 썼는데 순교자 취급을 당할 거 같은 세계였다. 특히 '가족 같은 회사의 번영이 아니라 너만 좋겠다는 거냐?'는 눈치가 A 씨에게는 어려웠다. 이러다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4.1%에 불과한 한국에서 유리천장에 갇힌 만년 대리로 남을까 걱정됐다.

*사업장 규모별 육아휴직 사용률: 300인 이상(6.0%)/ 50~299명(3.3%)/ 5~49명(2.3%)/ 4명 이하(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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