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비밀번호만 남 알려줘도 양도"…대법 유죄 확정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만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도 법률상 양도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브로커에게 아파트 청약 관련 서류를 넘기고 2천만 원을 챙긴 당첨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오늘(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모 씨에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8일 확정했습니다.

유 씨는 2021년 4월 브로커에게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에 연결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인감증명서 등을 넘기고 2천만 원을 받았다가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실제로 유 씨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다만 실제로 분양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유 씨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중에 마음을 바꿔 관련 서류를 다시 반환받기로 했으며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입주자저축증서를 양도한 행위로 볼 수 없고, 최소한 미수에 그친 경우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해당 주택법 위반죄는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와 동시에 기수(범죄의 완료)에 이른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가 브로커에게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이로써 공인인증서를 양도했다고 볼 것"이라며 "주택법상 입주자저축 증서 양도 행위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양도한 행위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심경 변화를 일으켜 다시 반환받거나 분양계약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양형상 참작할 사유에 불과할 뿐 이미 성립한 범죄에는 영향이 없다"며 범행 미수가 아닌 기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대가로 받은 2천만 원을 반환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양형상 참작할 사유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씨가 불복했으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