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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AI로 만든 이미지…'창작자'는 누구일까?

'AI 사진 우승 논란' 보리스 엘다크젠 화상 인터뷰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제1차 AI(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영국이 주도해 준비한 이번 회의엔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28개국과 유럽연합 국가들, 그리고 일론 머스크와 브래드 스미스 등 관련 업계 대표들이 대거 참여해, 빠르게 진화하는 AI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각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블레츨리 선언(Bletchley declaration)'을 채택했습니다. AI의 발전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위기감을 동시에 키우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처를 늦출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올봄 세계 최대 사진 대회 중 하나인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선 크리에이티브 오픈 카테고리 부문 우승작 출품 작가가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보리스 엘다크젠이란 독일의 사진 작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출품작 '전기공'이 사실은 AI로 만든 사진임을 밝히며, 오늘날 사진 대회들이 AI 이미지 출품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작품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사진으로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AI를 어느 선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신의 수상 거부로 관련 논쟁이 더욱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촌 예술계를 뜨겁게 달군 논란의 주인공 보리스 엘다크젠과의 화상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사진 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AI로 만든 것이라고 고백한 보리스 엘다크젠의 '전기공'
▲ 보리스 엘다크젠의 '전기공'

Q. 'AI 사진 우승 논란'의 배경은?
"나는 30년 동안 사진 작가로 일해왔으며 독일 사진 아카데미 회원입니다. AI 이미지 생성기를 작업에 사용한 지는 꽤 됐는데, 이렇게 작업하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나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사진과의 관계를 연구해온 독일 내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이와 관련한 수많은 토론에 참여해왔습니다. AI 기술의 발달로 시진 대회 심사위원들은 AI 생성 이미지와 일반적인 사진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더는 사진계 내 AI 역할에 대한 토론을 늦출 수 없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관련 토론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따라서 파격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이 '전기공' 출품의 계기가 됐는데, 우승작으로까지 선정돼 좀 놀라긴 했습니다."

엘다크젠 화상 인터뷰

Q. 당신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작업은 원하는 결과물에 대한 텍스트 묘사로 시작됩니다. '전기공'은 '두 여성'에 대한 묘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1940년대 같은 시대적 묘사도 합니다. 빈티지 사진 효과와 관련해 빛, 색깔을 묘사하고 예술 사진인지 다큐멘터리 사진인지 혹은 가족 사진인지 같은 장르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이후 두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되고, 나는 거기에 변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배경에 내가 원하지 않는 요소가 있다면 그건 사라져야 합니다. 그걸 지우고 그 자리에 내가 원하는 걸 묘사해 넣습니다. AI 이미지 생성기가 제안을 하면 나는 선택을 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AI 이미지 생성기는 내가 텍스트로 표현한 걸 실행하는데, 마치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한 대로 세상이 창조 된 것과 같이 내가 말하는 것이 형상화됩니다. 덕분에 나는 지난 30년 간 환경과 예산의 제약 등으로 만들 수 없었던 이미지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고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AI는 영감과 제작, 그리고 전시 단계에 이르기끼지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Q. AI 작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AI를 활용해 작업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AI로 이미지 작업을 하는 데는 나의 지식이 활용되며, 이는 30년 동안 예술가이자 사진 작가로서 쌓아온 많은 기술과 재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5살 소년이라면 슈퍼히어로나 만화 속 이미지들을 활용해 작업을 하겠지만, 나는 이것을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AI 덕분에 기술 혁명이 처음으로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줬습니다. AI 학습에 동원되는 수많은 자료들은 인류의 거울과 같은 것입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움이 100년 전에 말한 '집단 무의식' 같은 것이죠. 결국 나의 이미지는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나의 비전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실험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긴 시간 사진 작가로 일하면서 나는 늘 이런 도구를 갈망해왔습니다."

엘다크젠 화상 인터뷰

Q. '창작자'의 이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나요?
"내가 사진을 찍을 때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건가요? 사진기가 창작자일까요? 혹은 사진기를 개발하고 만든 회사가 창작자가 될 수 있을까요?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이 모든 요소들을 필요로 하는데, 창작자를 논하려면 창작 과정에서 작가와 기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영화 감독에 나를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선택합니다. 분명한 건 내가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겁니다. 마치 카메라와 배우들, 세트 디자이너들이 있고, 그들이 당신에게 좋은 제안들을 하겠지만, 결국 내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겁니다. 기계와 작업할 때, 인간이 주도권을 쥘 수도 있고 기계가 주도권을 쥘 수도 있습니다. 예술적 배경이 없는 사람이 작업을 해도 결과는 나오겠지만, 이 경우 기계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겁니다. 물론 미래에는 예술적인 결정을 내리는 AI 이미지 생성기가 나올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는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내 작업 흐름에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어떤 다른 작업 방식을 결합할지 고민하고, 예전의 작업 경험을 활용해 보기도 하는 것이 나의 작업 방식입니다. 내 작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내가 갖고 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AI를 위협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AI가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Q. 'AI 사진 우승 논란'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주변 작가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그들은 나의 사진 대회 출품을 토론이 필요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나에게 메시지를 직접 보내는 사람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한 이탈리아 남성은 '전기공'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 되었으며, 이 작품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이것은 예술 작품이 달성할 수 있는 매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목적이자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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