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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언제까지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할 건가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

[월드리포트] "언제까지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할 건가요?"
프랑스에선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매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공공질서 위협 등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지난달 19일 법원이 각 지역마다 사안 별로 시위 금지 여부를 판단하라고 결정하면서, 정부의 시위 전면 금지 방침은 무효가 됐습니다. 이후 파리 경찰은 사안 별로 시위를 금지하거나 허가하고 있는데, 정부의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약속된 장소에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다양합니다. '가자여 가자여, 파리가 당신들과 함께 있다', '이스라엘 암살자, 마크롱 공범', '가자의 아이들, 팔레스타인의 아이들, 살해 당하는 건 인류다' 등은 시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구호입니다. 하마스의 잔혹한 폭력성을 목격하고도, 가족이 납치된 이들의 고통에 대해 듣고도, 그들은 왜 팔레스타인 사람들 편에 서겠다고 외치는 걸까요? 현장에서 만난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테사 (10월 28일 '경찰 불허 시위' 참가자)
"서방의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처럼 우리 프랑스인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위에 나왔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나의 권리이자 모든 프랑스인의 권리입니다. 나는 오늘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에 반대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프랑스 정부와 많은 언론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동일시하고 있는데, 그건 매우 잘못된 시각입니다. 여기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테러리즘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휴전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 이런 시위를 금지하는 프랑스 정부는 터무니없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지지 시위에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는 지금껏 단 한 차례만 허가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시위를 금지했다고 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도 우리가 목소리 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브 (10월 28일 '경찰 불허 시위' 참가자)
"가자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은 끔찍했습니다. 1천4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자지구에선 벌써 8천 명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지금도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건 학살입니다. 사실 하마스의 폭력은 이스라엘이 펼쳐 온 정책에 원인이 있습니다. 그들이 살 땅을 계속 빼앗고 식민화하고 사실상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옥처럼 만들어 놨으니까요. 이스라엘의 그런 정책이 하마스의 끔찍한 폭력을 불러왔고, 따라서 폭력의 책임은 이스라엘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는 그가 이스라엘이 벌이는 범죄의 공범임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정부가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연대 시위를 금지한 것은 기가 막힌 일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결정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유엔은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나시라 (11월 2일 시위 참가자)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학살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대량 학살입니다. 그들은 여성과 아이들, 노인들까지 죽이고 있습니다. 테러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죠. 하지만 언제까지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할 건가요. 당장 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시위에 나왔습니다. 가자지구의 사람들에게 마실 물과 먹을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 놔야 합니다. 지금 그곳엔 물도 없고 전기도 없고 약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병원까지 폭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지금 여기 서 있습니다."
 
미리암 (11월 4일 시위 참가자)
"너무나 화가 나고 슬프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습니다. 나는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매일이 너무나 불안합니다. 아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됩니다. 4천 명의 어린이들이 학살 당했어요. 나는 학살 외에 다른 단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문제는 역사적인 것이고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도 아이들을 죽이는 방식으로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국제적인 관점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현 시점에서 공세를 가하는 측이 이스라엘이다 보니,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이스라엘 지지 시위보다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훨씬 더 자주 대규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위협 등 반유대주의 사건 발생도 부쩍 늘었습니다. 자국민을 지키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이 역설적이게도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게는 더 큰 위험을 가져다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억류돼 있는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안전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각자 다를 겁니다. 분명한 것은 폭력을 폭력으로 막는 건 쉽지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특히 증오와 슬픔의 긴 역사를 가진 민족 간의 갈등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하마스를 소탕하면 이스라엘 땅에 평화가 올까요? 지금 뿌린 폭력의 씨앗이 제2, 제3의 하마스 대원들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요? 불행하게도 중동의 지난 역사는 이 질문들에 매우 암울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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