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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씨네멘터리] '소년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외 영화 2편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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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소년들', 정지영 감독 신작…실화 바탕이지만 대중적 각색 돋보여"
"'그대들은…', 우울한 분위기…2차 대전 당시 소년이 겪는 시공초월 판타지"
"'약속', 엄마 없는 일상 속 아들 모습 아버지 시선으로 담아내"
"'믿을 수 있는 사람', 탈북 여성의 아픔 담은 서울 생존기"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아래 내용과 라이브 방송 내용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오늘은 소개해주실 첫 번째 영화는요?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작품 소개하면서 여든 살 연세에 대단하다고 했는데, 한국에도 마틴 스콜세지 같은 노장이 현역으로 뛴다는 사실을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1946년 생입니다. 거의 해방둥이라고 할 수 있죠.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요, 1990년 안성기, 최민수, 최진실 주연의 “남부군”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해에는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흥행 1위를 기록했는데요, “남부군”이 바로 뒤를 이어서 흥행 2위를 했습니다. 배우 고 최진실씨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죠.

정지영 감독은 “하얀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파 영화를 많이 만들어왔는데요, 이번 영화 “소년들”도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정지영 감독 얘기 들어보시죠.

"제가 선택하는 실화들이 결국 힘을 가진 자들이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힘의 과잉 이것에 대한 시선이나 혹은 저항 이런 거 아닌가 싶어요."

Q. “소년들”은 1999년 삼례 나라슈퍼 살인강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사건 실화극인 것 같은데, 영화 줄거리는 어떻게 됩니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작은 슈퍼에 강도 세 명이 침입해서 잠자던 주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묶어 질식사 시키고 금품을 챙겨 달아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동네에 사는 10대 소년 세 명을 용의자로 체포해 고문을 해서 자백 아닌 자백을 받아냈고 이들은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이듬해 베테랑 형사 황준철에게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황 형사는 재수사에 나서지만 이 사건의 범인을 조작했던 고위급 경찰과 대충 덮었던 검찰의 방해로 진범을 잡는데 실패하고 황 형사는 좌천됩니다.

그리고 무려 16년이 지나죠. 사건을 목격했던 숨진 할머니의 딸과 출소한 청소년들이 이제는 파출소장이 된 황 형사를 찾아와서 진범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수사극과 드라마, 범죄물을 오가면서 진범을 찾고, 또 진범을 찾는 일을 방해하는 경찰, 검찰과의 한판 대결이 펼쳐집니다.

Q. 삼례 나라슈퍼 살인강도 사건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근처에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이 있었잖아요. 두 사건 모두 재심이 이뤄졌고 진범이 따로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그렇습니다. 두 사건은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그 중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은 2017년에 “재심”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240만 명을 동원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 “소년들”은 사실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적으로 결합한 영화입니다. 무슨 얘기냐하면, 삼례 나라슈퍼사건의 뼈대는 그대로 가져오면서, 이 사건의 진범을 밝히는데 앞장 선 황 형사라는 캐릭터는 약촌오거리 사건의 재수사를 맡았던 형사의 이야기에서 따온 겁니다. 이 형사의 이야기가 영화 “재심”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거든요. 

황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씨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처음에 감독님이 저한테 하셨던 말씀이 그냥 강철중 같은 거 한번 해보자. 극 중에서도 ‘미친 개’라는 별명을 갖는 캐릭터인데 어떤 사건을 맡아지면 물고 늘어지는 그런 캐릭터여서. 전에는 강철중같은 캐릭터를 조금 피했었거든요. 계속 겹쳐지는 캐릭터 같아서. 이 사건에 필요하다면, 사실 실제로 있었던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리고 17년 후의 모습이 또 있어서 그 모습도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참여했습니다.

Q. 실화 바탕의 범죄물, 드라마이고 사실 결론이 이미 알려져 있는 영화라 자칫 뻔한 영화로 흐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 영화 재미있습니까?

정지영 감독은 대중성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감독입니다. 자신을 영국의 사회파 감독인 켄 로치와 비견하는 말에 대해서는 그는 예술가이고 자신은 대중영화 감독이라고 했을 정도인데요, 

“소년들”도 상당히 대중성을 생각한 극적 장치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화에는 없던 강철중 캐릭터를 빌어온 형사로서의 설경구 배우 연기도 맞춤한 듯 잘 맞아떨어지고요, 허성태 배우가 맡은 후배 형사 캐릭터도 상당히 극화된 캐릭터로 영화의 무거움을 조금은 상쇄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의 청소년들과 범인으로 몰렸을 때의 청소년들, 재심에서 승소한 청년들의 이미지를 디졸브하면서 정서적 효과를 노린 편집도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상당히 대중적, 영화적으로 각색됐다고 느낀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이런 영화가 흔치는 않으니까요, 뻔하고 예상가능한 한국영화에 물린 관객들은 한번 극장으로 발걸음은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그렇잖아도 한국영화 위기론이 퍼지고 있는데 정지영 감독에게 이에 대해 직접 물어봤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좋은 영화를 만드는 좋은 관객들이 틀림없이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들게 하는 좋은 관객들이 틀림없이 있으니까 그걸 믿고 우리는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입니까?)
 
예를 들면 소년들 같은 영화입니다. (웃음)


 #이주의 선택②: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밑그림 적절하게 적절한 곳에 깔아주세요)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지난 방송과 이번 방송 모두 거장들의 노익장 퍼레이드네요. 이번에는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왔네요.

네, 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41년생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보다도 한 살 위입니다. 벌써 몇번이나 은퇴를 번복하셨죠. 이번에 7년 만에 완성한 영화의 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들어오면 이 영화 제목이 잘 안 외워지는 모양이에요. 

저는 이 제목을 듣자마자 엄청나게 기대를 했습니다. 노장이 정말 혼신을 힘을 다해서 뭔가 대작을 만들었나보다 하구요. 이런 제목은 미야자키 하야오같은 거장이 아니면 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제목은 원래 1937년에 출간된 일본의 유명한 청소년 인생론 소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따온 것이고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반전 메시지 때문에 한창 군국주의 시대에는 일본에서 금서로 지정됐던 책입니다. 영화는 이 책에서 제목과 주제만 가져왔고, 내용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 영화는 7년에 걸쳐 60명의 애니메이터가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 규모인지 비교를 해볼까요? 유명한 “이웃집 토토로” 잘 아시죠? 이 영화를 만들 때 8명의 애니메이터가 8개월에 걸쳐 작업했다고 하니까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대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영화는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100% 수작업의 결과물입니다.

Q.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은 현실에 대한 환상적 은유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왔잖아요, 이번 영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줄거리 소개해드릴게요.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감독 자신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야기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입니다. 공습으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쿄 대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집으로 갑니다. 거기서 아버지가 재혼한 처, 그러니까 새엄마와 마주치게 되는 데…새엄마가 이모, 즉 어머니의 동생이라 혼란스러워 합니다. 

마히토가 내려간 집은 대저택인데요, 일곱 노파가 집사 역할을 하고 있고, 집 주변으로는 이상한 왜가리 한마리가 맴돕니다. 이 왜가리는 인간의 언어를 씁니다. 이 집의 외곽에는 큰할아버지가 살다가 홀연히 사라졌다는 폐허로 방치된 탑이 있습니다. 엄마가 그리운 마히토가 어느 날 왜가리에 이끌려 이 탑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이상하고 환상적인 일들이 벌어집니다. 

Q. 영화는 흥행은 잘 되고 있나요? 지금까지 나왔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와 달리 반응은 좀 엇갈리는 것 같던데요.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중 최단 기간인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최종 성적은 좀 봐야할 것 같습니다.

요즘 흔히들 호불호가 갈린다는 표현을 자주 쓰잖습니까. 이 영화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사실 모든 것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닙니까. 이 표현은 ‘좋다, 싫다’라는 단순한 주관적인 기준만을 앞세우고 좋으면 뭐가 어떻게 좋은지, 싫으면 왜 싫은지, 구체적인 사고 과정이나 객관적인 기준의 존재를 축소시키는 말 같아서 저는 쓰기가 좀 망설여집니다. 예를 들어서 요즘은 좋다는 다양한 표현은 다 뭉뚱그려서 대박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지금까지 밝고 긍정적인 소년상을 몇 편 만들었지만, 자신은 사실 정말 우울한 사람이었기에, 소년이라는 것은 좀 더 어둡고 여러 가지가 뒤엉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이 영화의 작화 자체는 어둡지 않은데, 왠지 살짝 우울한 분위기도 묻어 나고, 감독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분출되는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주의 선택③:  약속 / 믿을 수 있는 사람 (밑그림 적절하게 적절한 곳에 깔아주세요)

Q. 마지막으로 독립영화 두 편 소개해 주신다고요? 

네, 먼저 “약속”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자연, 생명, 종교, 사랑 등 철학적인 주제를 담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 작업을 해온 민병훈 감독의 11번째 장편영화인데요, 감독 본인과 아들의 제주도 일상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이 일상은 아내와 엄마가 없는 일상이라는 점에서 두사람에게는 슬프고도 특별한데요, 시나리오 작가였던 민감독의 아내는 몇해 전 세상을 떠났고 두 부자만 남았습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시우는 그런 생각들을 시를 써서 표현을 하는데요, 제주도의 잔잔한 일상과 동심이 담긴 시, 그런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담긴 영화입니다. 

감독은 부자가 마주보고 대화하고 일기로 쓰면서 슬픔을 통과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직접 출연하는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영화인데요, 개봉한지 2주가 돼서 개봉관이 많지는 않지만 나중에 다양한 방법으로 보실 수도 있으니까 소개드리겠습니다. 

20대 탈북 여성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동안 탈북민을 다룬 영화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이거나 극적으로 각색된 영화들이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슴슴한 평양냉면처럼 잔잔하지만 깊은 뒷맛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동생과 함께 탈북한 20대의 한영은 중국에 머물면서 배웠던 서툰 중국어로 서울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녀의 꿈은 돈을 벌어서 한국에 잘 정착하고 북한의 남은 가족에게도 송금을 하는 것이었는데요, 동생은 집을 나가고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그녀의 삶은 점점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힘든 건 한국에서는 친구도 만들기 어렵고, 생김새는 같아도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탈북민은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이 그녀를 아프게 합니다.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그런 색채가 두드러지지는 않고요, 탈북민 대신 소수자, 타자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영화입니다. 주연 이설 씨가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부문에서 배우상을 받았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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