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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없이 제왕절개 · 두개골 수술…비참한 가자지구 병원

마취없이 제왕절개 · 두개골 수술…비참한 가자지구 병원
▲ 가자지구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죽음의 냄새가 곳곳에 있어요. 피의 냄새가 곳곳에 있어요."

미국 구호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에서 활동 중인 여성 라자 무슬레(50) 씨는 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의 처참함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한다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무차별적 공습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무슬레 씨는 "병원들의 상황은 비참하다. 울게 만든다"며 알시파 병원에 피란한 많은 사람이 복도 바닥에서 잠을 자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장비가 부족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리에 피가 흐르는 한 여성은 병원 바닥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한 젊은 남성은 목과 다리에 붕대를 두른 채 핏자국이 곳곳에 보이는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병원 응급실은 성인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로 가득 찼는데 이들 중 일부는 울고 일부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들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친 상태입니다.

알시파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알라 시탈리는 "인간이자 담당 의사로서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마취제가 동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할 항생제와 붕대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이스라엘군 공습 등으로 운영을 멈췄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암 병원인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은 금주 초 이스라엘군 공습에 산소와 물 공급 장비가 손상된 뒤 연료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환자를 받는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알시파 병원처럼 암울합니다.

특히 임신부와 신생아 등 취약층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입니다.

구호단체 케어인터내셔널은 가자지구의 임신 여성들이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수술을 받고 있다며, 이런 고통에서 다음 달까지 하루 평균 160명의 임신부가 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병원 내 신생아들이 있는 인큐베이터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2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들이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는 자발리아 난민촌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발생한 시신이나 부상자들이 많은데 일부 어린이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하다고 합니다.

이 병원의 의사 아부 사피야 씨는 "죽고 싶다. 끔찍한 장면을 보는 것보다 그것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의료품 부족에 마취제 없이 중상자들을 수술하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쓰고 있다고 NYT가 의사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사피야 씨는 "수술 중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며 "두개골 수술을 마취제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약품 부족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BBC 방송은 가자지구에서 만성 질환자들의 위험이 커졌다며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가자지구 내 당뇨·암·심장병 환자가 35만 명으로 추산되고 신장투석 환자가 1천 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가자지구 내 환자 100명이 매일 이스라엘이나 요르단강 서안을 오가며 특별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이스라엘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도 심합니다.

WHO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주민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고 dpa 통신이 전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WHO 대표인 릭 페퍼코른 씨는 가자지구 주민 모두에게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들은 완전히 절망하고 우울하며 삶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내 WHO 대표인 미셸 티에렌 씨도 하마스의 공격 이후 생존자와 피랍자 가족, 목격자 등이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며 이 트라우마가 바이러스처럼 이스라엘에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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