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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마치 여성을 갖다 파는 것 같아요" 여전한 국제결혼 불법 광고

[더 스피커] 불평등한 관계의 시작, 그리고 비극

스프 더 스피커 (사진=연합뉴스)
"한국 오빠랑 데이트하고 싶어요."

"동네언니들처럼 한국에 시집갈래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제결혼 홍보 영상의 제목입니다. 결혼중개업체들이 찍어 올린 건데 앳된 얼굴의 외국인 여성들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중개업체 관계자가 통역을 해주는 식인데 묻는 건 이름, 나이, 키, 몸무게, 직업, 사는 곳, 부모님 나이, 혼인 경험 유무 등 대동소이합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제결혼 홍보 영상의 제목입니다. 결혼중개업체들이 찍어 올린 건데 앳된 얼굴의 외국인 여성들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중개업체 관계자가 통역을 해주는 식인데 묻는 건 이름, 나이, 키, 몸무게, 직업, 사는 곳, 부모님 나이, 혼인 경험 유무 등 대동소이합니다.

스프 더 스피커
이들은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갓 성인이 됐습니다. 어느 영상에서 스무 살인 여성이 "30,40대 신랑을 찾는다"라고 하자 중개업체 관계자는 "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조만간 라오스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남자친구를 얼마나 사귀어봤는지, 문신이 있는지 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제결혼을 원하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상을 반영한 질문일 겁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부추기는 영상도 있습니다.

"문신이 있는 신부는 절대 다시 생각해 보세요"

"베트남 여성의 정조 관념, 성개념은 과연 개방적일까?"

"신부의 기숙사 생활 중 방탕한 생활 사례, 어떻게 알아챌 수 있나?"


이 중개업체 대표는 "결혼 주선 시 여성의 산부인과 검사 결과를 제공한다"라며 실제 현지 여성의 결과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지에 "자궁 크기라든지, 아기가 착상되는 곳의 두께가 나온다"라고 설명합니다.


관련 기사: 키·몸무게에 산부인과 검사지… 국제결혼 불법광고 여전
 

만남부터 결혼까지 '5.7일'

이런 광고는 실제 국제결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한 한국인 배우자의 절반(50.5%)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업체를 알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여성가족부, '2020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한국인 배우자는 40대(61.3%)가 가장 많고, 외국인 배우자는 20, 30대(79.5%)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는 대부분 베트남(83.5%) 출신이었고, 이어 캄보디아(6.8%), 우즈베키스탄(2.7%), 중국(2.3%) 순이었습니다.

이들이 현지에서 처음 만나 결혼식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일. 그나마 3년 전 조사보다 1.3일 길어진 겁니다. 한국인 배우자가 왕복항공료, 맞선과 결혼 비용을 포함해 결혼중개 수수료로 업체에 내는 돈은 평균 1천372만 원. 반면 외국인 배우자는 중개인에게 성혼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평균 69만 원을 냈습니다.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많은 비용을 부담하며 외국인배우자를 맞는 데는 과거 '도농 격차로 인한 성비 불균형'이 시작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 정부는 '농촌 총각 결혼시키기' 사업을 시행하며 국제결혼을 장려했습니다. 지금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미혼 남성의 국제결혼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예산으로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오랜 비판에 지금은 속속 폐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결혼 유행은 2007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 불명예스럽게 기록됩니다.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숫처녀 결혼비용 780만 원', '초·재혼, 장애인 환영, 65세까지 100% 성사' 같은 현수막 문구를 문제 삼은 겁니다. 당시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맞아 죽은 신부들

시작부터 기울어진 관계는 결혼이민자를 철저히 '을'로 만들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이들은 쉽게 '피해자'가 됐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 920명 중 42.1%가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2007년 후인마이 씨가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지 2개월 만에 남편에게 맞아 사망했습니다. 2010년에는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씨가 부산에서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신혼생활을 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정신분열증으로 8년간 57차례 치료를 받았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관을 부여잡으며 오열하는 고 탓티황옥 씨의 가족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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