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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년 전 스페인 집단 매장지는 수개월간의 전쟁 사상자 무덤"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중북부 신석기시대 매장지 SJAPL 위치 지도와 발굴 전 모습 (사진=Scientific Reports/Teresa Fernandez-Crespo et al. 제공, 연합뉴스)
▲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중북부 신석기시대 매장지 SJAPL 위치와 발굴 전 모습

유럽에서 신석기시대에 부족 간 소규모 분쟁이 아니라 최소 수백 명이 수개월 이상 살상전을 벌인 대규모 전쟁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천 년 이상 이른 약 5천 년 전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대규모 매장지가 발견됐습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대 테레사 페르난데스-크레스포 교수팀은 3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스페인 유적지에서 발굴된 5천 년 전 유골 300여 구를 재분석한 결과 부상 형태와 부상자 수, 높은 남성 비율 등으로 미루어볼 때 적어도 수개월 이상 지속된 분쟁으로 다친 사람들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유럽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발생한 전쟁의 사상자들로 추정된다며 이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천 년 이상 더 일찍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전쟁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학자들은 유럽에서는 전쟁이라고 할 만한 충돌은 4천~2천800년 전인 청동기시대에 처음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9천~4천 년 전인 신석기시대에는 부족들 사이에 최대 20~30명 수준의 소규모 분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중북부 리오하 알라베사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산후안 안테 포르탐 라티남'(SJAPL) 유적지에서 발굴된 338명의 두개골 등에 있는 치유된 상처와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재분석했습니다.

매장된 사람들은 두개골 기준으로 성인 137명, 비성인 201명이었고, 성별을 추정할 수 있는 청소년과 성인 153명 중 107명(70%)이 남성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부싯돌 화살촉 52개가 함께 발견됐고, 이전 연구에서는 화살촉 중 36개가 표적에 맞아 경미하게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유적지는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 5천400~5천 년 전 후기 신석기시대 집단 매장지로 밝혀졌습니다.

신석기시대 매장지 SJAPL에서 발굴된 두개골의 치유되지 않은 손상들

체계적인 골학 재검사에서 조사 대상자 338명 중 78명(23.1%)의 유골에서 부상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부상 흔적 중 65건은 치유되지 않은 외상이었고 89건은 치유된 외상이었습니다.

또 청소년·성인 남성으로 확인된 107명 중 48명(44.9%)이 뼈에 상처가 있었고, 특히 이들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전체 외상의 97.6%, 치유된 외상의 81.7%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치유되지 않은 부상의 74.1%와 치유된 부상의 70%가 청소년·성인 남성에게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청소년·성인 남성 그룹이 여성 등 다른 어떤 그룹보다 부상 빈도가 높았다며 이는 많은 사회에서 전사 역할이 주로 남성에 국한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장된 사람들은 전투와 습격에 노출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투 등에서 뼈가 상하지 않는 부상으로 숨지는 사례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매장된 사람 중 폭력에 노출돼 사망한 사람은 더욱 많았을 수 있다며 특히 치유된 상처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이 집단의 분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매장지와 다른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살촉과 두개골 부상 등 폭력 증거들은 당시 이 지역 공동체들 사이에 상시적이고 조직적인 충돌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며 이는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 행위가 알려진 것보다 1천 년 이상 이른 후기 신석기 시대에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Scientific Reports/Teresa Fernandez-Crespo et al.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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