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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역사적 승리' 거둔 미국 자동차노조, 그들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은 이뤄질까?

[뉴스페퍼민트]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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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스프 뉴스페퍼민트 (사진=연합뉴스)
2023년 미국 경제를 관통하는 열쇳말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 하면 해묵은 구호나 한물간 투쟁 방식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이 많을 텐데, 사실 미국에서도 노조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노조 조직률도 지난해 기준 10.1%로 한국(14.2%)과 함께 OECD 최하위권을 다투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죠. 특히 미국은 공공 부문 노조 조직률은 33.1%로 높은 편이지만, 민간 부문은 6%에 불과해 그 격차가 아주 큰 나라이기도 합니다.

노조가 힘을 잃고 약화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조합원이 됐을 때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입해 봤자 득이 될 게 없어서 조합원이 줄어들면, 많은 수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야 높아지는 노조의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노조의 매력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아마존 물류창고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굵직굵직한 파업이 잇따랐습니다.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과 새로운 단체협상 타결이 시사하는 바에 관해서는 이미 전해드렸죠. 이번에는 좀 더 전통적인,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에 들어맞는 노동조합이 벌인 파업이 또 한 차례 노조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바로 전미 자동차노조(UAW)의 파업입니다.

먼저 폴 크루그먼이 이번 파업의 의의를 정리한 칼럼 번역했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합의한 단체협상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임금이 약 25% 올랐습니다. 현재 미국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가장 높은 급여가 시간당 32달러인데, 이 액수가 앞으로 4년 반에 걸쳐 시간당 40달러까지 오릅니다. 사실 25% 인상안에 더해 물가가 오르면 그에 맞춰 임금을 더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받는 최고 급여는 시간당 40달러를 넘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특근 수당, 시간외수당을 더하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연봉 10만 달러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라면 몰라도 자동차 공장들이 모여 있는 중서부의 제조업 도시에서는 중산층의 윤택한 삶을 누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액수입니다.

사실 처음 노조는 임금을 40%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해도 40%는 지나치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이에 대한 전미 자동차 노조의 답변은 간명했습니다. 지난 2019년 임단협이 타결된 뒤 4년 동안 자동차 회사 CEO와 경영진의 임금이 40% 올랐다는 겁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죠. 최근 들어 자동차 기업들은 매출과 이윤 모두 호조를 보였는데, 그 혜택을 경영진만 누렸으므로, 40% 인상 요구는 전혀 지나치지 않은, 오히려 아주 상식적인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물가가 오르면 그에 맞춰 임금도 올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물가를 임금에 반영하는 조항은 과거 자동차 산업이 한창 잘 나갈 때 모든 공장에서 채택했던 원칙이지만,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된 조항이었습니다. 이 조항이 다시 임단협에 포함됐다는 건 노조가 그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회사가 노동자들의 퇴직 연금에 내는 돈도 늘어났고, 유급 휴가도 확대됐으며, 공장 폐쇄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할 수 없다고 못 박았던 조항은 삭제됐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 = 중산층 공식 부활할까?

두 차례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50년대부터 미국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미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세계 경제를 선도했고, 이는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 공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미시간주를 포함한 중서부(mid-west) 지역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여러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가동하던 디트로이트를 연고지로 하는 NBA 농구팀 이름이 자동차 내연 기관의 피스톤(pistons)이라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이 당시 잘 나가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벌이도 좋았습니다. 지금도 한국에 비하면 높은 편이 아니지만, 당시 미국인의 대학 진학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제조업 노동자 대부분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한 이들이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공장에 취직해서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는데,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죠.

그러나 1970년대 말부터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미국 차들이 밀려나면서 매출과 기업 가치가 동시에 속절없이 내려갔습니다. 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으며, 일자리를 지킨 이들에게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건 더는 윤택한 중산층의 삶을 보장하는 멋진 일이 아니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그야말로 밑바닥까지 갔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10여 년의 실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준입니다. 회사는 살아났는데,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낸 노동자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파업을 벌였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는 것 자체는 대단한 뉴스가 아닐 수 있지만,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예전과 다르다는 평가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전미 자동차 노조위원장 션 페인(Shawn Fain) 때문일 겁니다.
 

"싸우는 노조위원장" 션 페인

올해 55세인 숀 페인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크라이슬러 공장에 전기 기술자로 취직했고, 바로 전미 자동차노조에 가입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4명 중 3명이 전미 자동차 노조원이었던 페인은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실제로 할아버지가 처음 받은 급여명세서를 마치 부적처럼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합니다.

페인은 노동조합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도 늘 일선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일이라면 사측, 경영진과 맞서는 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싸움꾼(fighter)'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를 당당히 내세워 올해 3월, 전미 자동차 노조 역사상 처음 직접선거로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됩니다. 일선 노동자들이 특히 페인을 많이 지지했습니다.

"나는 사측과 싸우기 위해 노동조합 위원장이 됐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회사들과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된 노동조합이 저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페인의 취임 일성이었습니다.

기록적인 실적을 전혀 나누려 하지 않는 사측을 향해 페인은 여러 차례 파업을 예고했고, 마침내 지난 9월 14일 전미 자동차 노조는 파업에 돌입합니다. 영상 속에서 파업을 선포하는 사람이 숀 페인 위원장인데, 페인은 비장한 어조로 "stand up strike"를 벌이겠다고 말합니다. 파업은 파업인데, 일어선 채로 하는 파업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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