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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 자동차 노조의 역사적인 승리 [크루그먼 칼럼]

[뉴욕타임스 칼럼] Autoworkers Strike a Blow for Equality, By Paul Krugman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폴 크루그먼은 2000년 뉴욕타임스에 칼럼니스트로 합류했다. 그는 뉴욕시립대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의 저명한 교수이며 프린스턴 대학의 명예교수다. 그는 2008년 국제 무역 이론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사측과 타결된 협상안을 노조원들이 비준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으므로) 아직 파업이 공식적으로 끝난 건 아니지만, 전미 자동차 노조(UAW, United Auto Workers)는 역사적인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9월 15일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포드(Ford), 스텔란티스(Stellantis, 구 크라이슬러)에 이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와도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노조는 앞으로 4년 반 동안 임금 25% 인상을 포함해 상당 부분 사측의 양보를 받아냈다. 자동차 산업이 한창 잘 나가던 때에 비하면 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디트로이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협상안 타결이 지역 경제에 미칠 여파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노조의 이번 승리는 최근 들어 산업, 부문을 막론하고 잇달아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노동조합 운동에 커다란 이정표로 남을 전망이다. 앞서 택배 업체 UPS 노동자들은 사측과 새로운  임금 단체협상안에 서명했다. 팀스터스(Teamsters) 노동조합에 속한 UPS 노동자 30만 명 이상이 단체 행동을 결의하고 파업을 예고한 것만으로 사측의 양보를 얻어내 실제 파업 없이 임단협이 타결됐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2023년에 노동조합이 쟁취한 잇단 승리는 극도로 불평등한 사회가 돼버린 미국이 그나마 조금 덜 불평등한 사회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잠시 역사를 언급하자면, 나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오늘날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에서 자랐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완벽한 중산층 사회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어쨌든 1960년대 미국에서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중산층의 삶을 누리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임금을 받았다. 부자 중의 부자, 소위 갑부들이 점유한 부의 비중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주요 기업 경영진의 급여를 봐도 알 수 있는데, 1960년대 사장이나 경영진의 급여는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약 15배 높았다. 지금은 그 비율이 적어도 200배 이상으로 커졌다.

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또는 불평등하게 변하는 원인을 추측해 본 사람이라면, 대개 미국 사회는 극도로 불평등했던 도금 시대(Gilded Age) 이후 점진적으로 평등하게 바뀌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장 경제가 성숙할수록 제도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부가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1991년, (진즉 받아 마땅했던  노벨 경제학상을 마침내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과 로버트 마고가 쓴 훌륭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사회는 서서히 평등한 쪽으로 변했다기보다 갑자기 그렇게 됐다. 골딘과 마고는 계층 간의 소득 차이가 급격히 줄어든 1940년대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를 거대한 압축(Great Compression)이라고 불렀다. 임금 격차가 줄어든 건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전쟁의 영향이 컸다. 전시 경제 체제에서 정부는 경제 곳곳을 통제하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정부가 경제에서 손을 뗀 뒤에도 소득 격차는 몇십 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됐다.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들면서다.
 
그렇다면 한동안 소득 분배가 꽤 평등하게 유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쟁을 거치며 미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세를 크게 불린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도 노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마련된 것도 한몫했다. 노동조합은 사회 전반의 임금을 비교적  균등하게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경영진과 자본이 이윤의 너무 많은 부분을 챙기는 것을 막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분노의 제약(outrage constraint)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노조의 힘이 약해지면 불평등이 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미국에서 민간 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7%가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오늘날 미국 사회를 두고 ‘제2의 도금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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