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이란의 딜레마…전쟁 개입 수준 놓고 득실 저울질

이란의 딜레마…전쟁 개입 수준 놓고 득실 저울질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동맹인 이란이 이 전쟁에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이 앙숙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에 직접 뛰어들 경우 이스라엘과 서방의 반격을 불러올 수 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자국 강경파의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중동 지역에서 동맹들의 신뢰를 잃고 영향력이 쇠퇴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에 따라 이란이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을 앞세워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되 그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0년 넘게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맹세해온 이란이 대리세력과 함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어떻게 대응할지, 보다 광범위한 국지전 위험을 무릅쓸지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분석가 나시르 이마니는 "이란은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며 "이란의 정책과 전략을 따르고 자국 대신 행동하는 '저항의 축' 민병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란은 통제 모드에 있다"며 "이란은 헤즈볼라를 포함한 저항의 축 민병대 모두에게 상황을 계속 들끓게 하되 자제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 관리들은 실제로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미 뉴욕 유엔본부의 이란대표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전쟁의 확대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말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나 레바논과 예멘, 이라크, 시리아의 민병대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여러 전선을 펼칠 수 있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민병대가 독립적으로 행동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대리세력을 앞세워 이번 전쟁에 개입하되 자신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민병대는 이스라엘 국경 지역을 향해 로켓포나 자폭 드론(무인기) 등을 수시로 발사하고 있으나 아직 가자지구에 버금가는 추가 전선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란은 국가와 종교 지도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국지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NYT가 내부 사정에 정통한 3명의 이란인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이면 이란 동맹들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고 미군이 참전할 경우 더욱 그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국가 지도자들이 내부는 물론 동맹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 변수입니다.

일부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이란의 행동이 알 쿠드스(예루살렘)를 이스라엘 통치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그동안의 발언과 왜 일치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싸우겠다며 상징적으로 자원병으로 등록했습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이란이 이런 상황을 의식해 자신들의 동맹이 수위를 조절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했지만, 전면전이 아니고 하마스를 상대하는 이스라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그 대리세력에 이번 전쟁을 키우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상황을 따져보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로부터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이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에 성공하면 그다음엔 이란과 헤즈볼라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에즈 국장은 "거의 40년 동안 이란의 전방 방위 정책은 외국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영토를 지켜왔다"며 "가자지구 분쟁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 정책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