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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국가 발굴 단 한 건…외면받는 '고령 대가야'

기다란 널 길을 지나 무덤 방에 이르는 굴식 돌방무덤, 아치 모양으로 돌을 쌓아 올린 벽면이 천장에서 급격히 꺾여 삼각형을 이룹니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한 왕릉급 고분의 옛 사진들로 백제 송산리 고분과 닮았지만 천장 만큼은 확실히 다릅니다.

1920년 이곳을 발굴한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 야쓰이 세이이쓰가 천장이 꺾였다고 꺾을 절 자를 써 절상천정분이라 이름 붙였는데, 대가야 권역 중 이곳에서만 확인됐습니다.

고구려와 백제의 영향이 보이는 6세기대 중요한 유적이지만 발굴 보고서 없이 사진과 도면 몇 장만 남았고 위치도 어디인지 모릅니다.

[정인성 교수 / 영남대 고고인류학과 : (대가야) 국제관계의 친연성을 이야기해 주는 가장 유력한 고고학적인 증거다. (세계유산이 되고도) 이 독특한 고분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산동에서 발굴조사가 끊긴 건 벌써 5년째.

특히 국가기관 발굴은 사실상 실종됐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산하 가야문화재연구소가 1990년 개소 이후 33년 동안 고령에서 벌인 조사는 2012년 지산동 518호분이 유일합니다.

[이은석 소장 /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 (군립) 대가야박물관이 만들어지고나서 (고령군) 자체적으로 조사와 예산 확보를 통해서 잘 진행돼 왔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굳이 진행을 하지 않아도…]

하지만, 나머지 가야 고분군 지역에도 지자체 박물관이 모두 있는 데다 김해엔 국립박물관도 있습니다.

가야문화재연구소는 함안의 아라가야 왕성지 추정 유적의 발굴을 진행 중이고 창녕의 대형무덤들을 장기간 조사해 금동관 같은 중요 유물을 찾기도 했습니다.

취재팀이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 가야 지역 연구 성과를 분석해보니 고분과 유물 연구, 학술 발표와 보고서 발간을 합쳐 창녕이 22건, 함안은 12건에 이르지만 고령은 1건도 없었습니다.

엉성한 법령도 문제입니다.

문화재청 시행규칙은 가야문화재연구소는 부산·울산·경남, 경주연구소는 대구·경북으로 시도 별로 관할을 나눴지만 신라 연구에 특화된 경주연구소가 고령을 조사한 사례는 전무합니다.

충남의 부여문화재연구소는 관할을 넘어 전북 익산의 백제 유적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지만 경남도, 신라도 아닌 고령은 철저히 외면 받는 셈입니다.

[박천수 / 경북대박물관장 : 국립기관은 영업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조사를 아주 정밀하게 자세하게 할 수 있고요. 민간에서 하게 되면 그것은 아파트 짓는 것처럼 시간 자체가 비용이 드는 거니까 자세한 조사를 할 수가 없고요.]

이렇다 보니 지산동의 봉토분 704기 중 발굴된 고분은 국가 조사 1기, 민간 조사 12기 등 13기로 전체의 1.8%에 불과합니다.

반면 창녕 교동, 송현동은 전체의 절반 가까운 50기가 조사되는 등 가야 고분군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지산동에 버금가는 본관동과 박곡동 고분군 등 고령의 다른 대가야 유적들은 열악한 지자체 재정 탓에 아예 방치 상태입니다.

결국, 7개 가야 고분군 지역이 세계유산의 대표성과 경제적 효과를 두고 각축하는 상황에서 조사연구를 통한 신규 콘텐츠 확보에 실패한다면 한 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취재 : TBC 박철희 / 영상취재 : TBC 이상호 / CG : TBC 김유진 / 화면제공 :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 사진출처: 문화재청 이뮤지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총독부박물관 문서 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 4-8,29호분 재보고서,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TBC 박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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