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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한때 물 대신 마셨다는데…와인은 술일까 음식일까

스프칼럼(홍지영)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만난 와인

파리 특파원 시절,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9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샤르트르 대성당에 취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고딕 양식을 집대성해서 지어져,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의 다른 성당들이 표본으로 삼았다고 일컬어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입니다. 차를 타고 가면 멀리서도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성당의 모습에 놀랄 정도입니다. 

샤르트르 대성당 외관
실내에 들어서면 그 화려함과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무신론자도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대성당 실내에 들어서면 저절로 하느님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압도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작업을 하시던 김인중 신부님이 “이 성당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니에요.”라면서 감탄하시던 모습이 저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성당 내부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샤르트르 대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옷 조각으로 여겨지는 성물과 장미창을 비롯한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특히 유명합니다. 바로 그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에 한국 신부님이 작품을 만드신다고 해서 취재차 갔던 겁니다. 주인공은 지난 1973년 파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재불화가로 활동하다가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와 KAIST 석학교수로 임용된 김인중 신부님입니다. 

김인중 신부(오른쪽)
성당 근처에 마련된 신부님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담고, 성당으로 가서 스테인드 글라스가 설치될 장소 등을 둘러보면서 성당 전체 모습도 스케치하고 인터뷰를 하는 취재 스케줄이었습니다. 취재 도중 신부님과 함께 점심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 관련 기사
 
덕분에 샤르트르 대성당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 구내식당과 마찬가지로 식판을 들고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코스대로 음식을 각자가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바로 와인. 저녁이 아닌 점심 식사시간이지만, 와인 두 잔 정도가 들어갈 작은 유리병(carafe)에 담긴 와인을 각자가 식판에 가져가 놓는 겁니다. 식당에서 식판에 밥과 국을 담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와인을 세계적인 자리에 올려놓는 데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수도사와 신부님이고 그들의 안식처였던 수도원과 성당에서 와인을 마신 특별한 날.

이날 샤르트르 대성당에서의 식사는 ‘와인이 술이라기보다는 국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식판에서 ‘국’의 위치를 차지한 와인은 취하고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 이라기 보다는 물을 대신하고, 음료수를 대신하고, 식사 때는 국을 대신하는 존재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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