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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멀어지는 국민소득 격차…'G7' 이탈리아 추월 지속 못한 이유는?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 경제가 여러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얘기 나온 지 꽤 되죠. 그런데 주요 7개국, G7 국가에 바짝 따라가던 우리 국민소득이 최근에는 좀 뒤떨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딱 3년 전, 2020년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G7 가운데서 일곱 번째인 이탈리아를 제치고 살짝 1인당 국민소득을 웃돌았습니다.

한국이 드디어 G7까지 따라잡는 거냐 당시에도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는데요.

세계은행의 집계를 한국은행이 정리한 걸 보면 G7들과 잠깐 좁혔던 거리가 보시는 것처럼 다시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3천40달러로 이탈리아를 610달러 웃도는 모습이 처음 나타났다가요.

2021년엔 다시 1천20달러 뒤로 가고요. 지난해엔 그 격차가 1천710달러로 더욱 벌어진 겁니다.

<앵커>

이탈리아도 이 경제 안 좋단 이야기 많았잖아요. 코로나 이후로 우리 경제보다 이탈리아가 더 빠르게 회복한 건가요?

<기자>

딱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탈리아가 그만큼 부진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역전의 기회를 가졌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기는 합니다.

이탈리아는 금융위기 때 가장 크게 휘청였던 나라들 중에 하나고요.

이후로도 계속 경제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다가 코로나가 닥치면서 보시는 것처럼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면에 신흥 경제 중에서도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 중에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이탈리아와의 실질 격차를 좁혀오다가 코로나 때도 이탈리아보다 훨씬 타격이 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G7 중 하나를 제치는 기록을 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왜 그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뒤지기 시작했느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환율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 돈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많이 떨어진 겁니다.

세계 경제 안에서 우리 위치를 볼 때는 달러라는 공통된 기준으로 보게 되는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돈의 가치는 달러 대비해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돈 유로화도 고물가와 경기 부진에 동시에 시달리면서 달러 대비해서 돈 가치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요.

우리 돈 원화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2020년에 이탈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을 한국이 살짝 앞질렀던 정도는 바로 되돌려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사실 우리는 G7 국가 중에서 지난해에 유일하게 일본과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좁혔는데요. 역시 환율 때문입니다.

엔화가 지금 우리 돈 원화보다 훨씬 더 기록적인 수준으로 달러보다 저렴해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격차를 좁힌 것 같은 모습이 생기는 거죠.

<앵커>

원화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 이런 지표로도 나오네요. 우리 경제가 좀 어렵다, 이런 말도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세상이 우리 돈 원화를 정말 다들 원하는 분위기라고 하면 우리 환율이 이렇게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 환율에는 우리 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반영돼 있는 거고요.

코로나 원년에 우리보다 타격을 크게 입었던 이탈리아가 지난해에는 우리보다 실질 성장률이 1% 포인트 정도 더 앞서있기는 합니다.

결국 G7 대부분 국가들과 우리의 국민소득 격차가 이렇게 다시 벌어지는 건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저성장에 직면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후로 성장세가 주요 경제 중에서도 별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대신 물가는 비교적 덜 오른 편에 속합니다.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더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요.

그렇게 되면 똑같은 짜장면 한 그릇이 5천 원이다가 6천 원이 됐을 때 전과 똑같이 한 그릇을 팔아도 뭔가 더 판 것 같은 효과가 나는 것처럼요, 물가가 더 많이 오른 나라의 소득이 더 오른 것 같은 효과가 숫자상으로는 생깁니다.

우리가 지금 이탈리아와 소득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데는 사실 그만큼 물가가 덜 올랐다는 측면도 있기는 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올해 들어서 원화는 지난해보다 달러에 비해서 더욱 싸졌고 유로화는 다시 좀 비싸졌기 때문에 올해 우리는 소득지표에서 G7으로부터 더 뒤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한국 경제가 올해 남은 기간에 실질 성장에서 아주 크게 힘을 내야 이 격차를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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