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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과 큰나무 사진…눌러도 꺾이지 않는 중 리커창 추모 열기

꽃다발과 큰나무 사진…눌러도 꺾이지 않는 중 리커창 추모 열기
▲ 리커창 전 총리를 추모하는 안후이성 허페이의 꽃다발 무더기

중국 당국이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관련한 후속 사회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 물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따르면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 조회수는 별세 당일인 27일 총 23억 5천만 회를 기록했고, 이날 기준 29억 7천만 회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회수는 28일 3억 6천만 회, 29일 1억 9천만 회로 높은 관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해시태그로 작성된 글은 이날까지 64만 3천 건이 넘습니다.

앞서 웨이보에선 관영 매체 일부의 댓글이 막히거나 특정 해시태그가 "관련 법률·법규·정책에 근거해 이 화제의 내용은 표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검열된 바 있습니다.

이날은 27일엔 막혔던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인기 가요 '당신이 아니어서 안타까워요' 영상 등이 모두 검색됐지만, 검색 결과는 한산하게 인위적으로 '정돈'된 모습이었습니다.

리 전 총리와 관련한 글은 대부분 27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부고문이나 정부 기관·관영 매체가 고인을 추모하며 올린 것이었습니다.

더우인 등 다른 국내 SNS의 상황도 이미 정리를 거친 것처럼 비슷했습니다.

반면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중국 안에서도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면 접속할 수 있는 SNS 엑스(옛 트위터)에선 중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의미로 놓은 조화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검열 등 문제로 중국 안에서 듣기 힘든 소식을 제보받아 공유해온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의 한 중국어 계정은 리 전 총리의 고향 인근인 안후이성 허페이는 물론 허난성 정저우, 윈난성 쿤밍, 홍콩,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광저우 등 전국 곳곳의 꽃다발 더미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사진들 가운데는 "인민의 좋은 총리"나 리 전 총리가 지난 3월 총리 퇴임을 앞두고 했다는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는 말 등을 적어놓은 쪽지가 자주 눈에 띄었고, '권력 집중', '독재', '쓰레기통' 등 노골적이고 과격한 단어로 현 정권을 비난하는 글귀도 꽃다발 틈에 섞여 있었습니다.

일부 지방 매체의 반응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리 전 총리 별세 이튿날 중국의 거의 모든 신문은 1면에 고인의 흑백 사진과 중국 당국의 공식 부고문을 게재했는데, 광둥 지역 매체 남방도시보는 1면에 "리커창 동지 서거"라는 헤드라인만 달고 그 밑으로 거대한 나무 사진을 실었습니다.

광저우의 매체 '신식시보' 역시 나무 사진을 1면에 크게 넣었습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28일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나무 사진이 1989년 6·4 톈안먼 시위 당시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노래 '아주 큰 나무'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돌았기 때문입니다.

리커창 전 총리 별세 이튿날 광둥성 매체들인 남방일보·남방도시보·신식시보 1면

일각에선 '소신파' 이미지였던 리 전 총리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 대한 불만을 일정하게 반영할 개연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사회 통제 강화 추세 속에서 기층 민중이 애도를 나름의 '발언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76년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사망과 1989년 후 전 총서기의 사망에 뒤따른 거대한 추모 열기가 각각 1·2차 톈안먼 시위로 연결된 역사적 경험 때문에 중국 당국이 '오프라인' 반응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앞선 두 시위는 문화대혁명이나 경제난 등 중국의 사회·경제적 혼란기와 맞물린 바 있습니다.

실제로 산둥성 등 중국 내 일부 대학에선 리 전 총리 애도 활동을 불허한다는 통지가 나온 상태라고 명보는 전했습니다.

(사진=엑스(옛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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