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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당신을 살려낼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북적북적]

우울한 당신을 살려낼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99: 우울한 당신을 살려낼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우리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죠. 그런데 세상엔 목숨을 구해주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목숨을 구해주는 '책'도 있습니다.

오늘 <북적북적>에서 소개하고 읽어드리는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임세원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는 바로 그런 책입니다. 오늘은 제가 입은 은혜를 갚는 까치의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이 저를 구했듯, 어딘가에서 괴로워할 다른 누군가에게 분명 큰 힘이 될 책이라고 믿으니까요.

그런 책들이 있습니다. <북적북적>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지만 계기를 찾지 못하거나 다른 분들도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거나,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 미뤄두고만 있는 책들요.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마침 지난 10월 10일이 '정신건강의 날'이었습니다. 이번 달이 지나기 전에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단언하는 책의 내용에 앞서 저자를 먼저 소개해야 하겠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였던 고 임세원 님입니다. '임세원'이라는 이름이 바로 기억나지 않는 분들도, 이 분의 얘기를 뉴스로 보신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임세원 님은 201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진료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피하기보다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던 CCTV 속 고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이후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기자회견에서 가해자를 비난하기는커녕, 이 일을 계기로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환자들이 사회적 낙이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당부했습니다. 2019년 국회에서는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의료기관 내에 마련하고 의료인에게 상해를 가한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이 통과됐고 이듬해인 2020년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로 지정됐습니다.

이 책은 고 임세원 님이 남긴 유일한 책입니다. 2016년 처음 발간됐고 2021년 개정판이 출간됐습니다. 개정판에는 생전에 남긴 미공개 원고와 고인이 공들여 만들었던 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가 추가로 실렸습니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임세원 님에게 2012년 6월, 갑자기 허리통증이 찾아왔습니다. 갖은 치료를 하고 수술까지 받았지만 통증은 호전되지 않고 나빠지기만 했죠. 정신과 의사였지만 극심한 우울증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러느니 내가 죽는 게 차라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어떤 밤에는, 계획을 세우고 차를 타고 나가려다 자동차 열쇠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혹은 덕분에, 위기를 넘기기도 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원하는 것일까?
그들은 정말로 죽고 싶어할까?

대답은 물론 "그렇지 않다"이다. (중략)

결국,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 뿐이다. 결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中

저자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명확히 말합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그저 괴로움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고, 주변에서 눈치를 못 챘을 뿐 분명 신호를 보낸다고요.

허리 통증 때문에 점점 일상을 잃어가던 저자는 친구도 동료도 피하게 되었습니다. 만나면 다들 "이제 허리는 어때?"라고 물어보는데, 계속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지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상과 연결을 끊고 '점' 같은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못 살겠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죽겠다는 것인가? 그럼 죽을 것인가? 지금 이 상황이 과연 최악인가?'
우리의 삶에서 고통은 그 형태가 다를 뿐 늘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육체적 고통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일 때가 많다. 안타깝게도 벗어나지 못할 고통은,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크기가 더 커지고 만다.
사라지지 않는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랄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그것에 매달리게 된다.
-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中

그리고 깨닫습니다. '고통은 그냥 거기 있는 것'이라고요.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나에게는 고통도 있지만 '삶의 다른 부분'도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고통이 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왜 하필 나?' '왜 하필 지금?' 처럼 불행의 근원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마치 영화 '마션'에서 화상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가 '어떻게 생존할지'에 집중했던 것처럼요. 그렇게 해야 우리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다고요.
당신에게 닥친 사고를 첫 번째 화살이라고 해 보자. 첫 번째 화살에 맞은 당신은 매우 불운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두려움, 걱정, 후회 혹은 자포자기라는 이름의 두 번째 화살은 다르다. 그것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쏜 것이다. …(중략)…
첫 번째 화살이 날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무참히 그것을 맞는 것뿐이다.
하지만 첫 번째 화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두 번째 화살'은 다르다.
-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中

이렇게 두 번째 화살을 피하려면 중요한 것. 바로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거라고 해요. 첫 번째 화살을 맞고 나면 사람들은 '나는 이제 소중하지 않아.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을래' 하며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아끼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말고, 소중한 누군가에게 하듯 자신에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을 끊고 주변 사람과 헤어지고 취미 생활을 그만두고, 그러면 결국 나 자신도 없애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단지 내 인생의 작은 조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中

이 책은 여기에 적은 일부 내용 뿐 아니라 우리가 '고통'에 얽매여 우울증의 미로에 갇혀 있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는 여러 실마리를 쥐어줍니다. 그 실마리를 잡고 독자들이 우울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요. 자신이 직접 고통을 겪고 이겨내면서 다른 이들에게 꼭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저자의 마음이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줄 수 있길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에는 독자들을 일으켜세우는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을 살려냅니다.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이 책 맨 처음에도 인용했던 이 말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와 더 유명해진,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 제목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분과 함께 이렇게 다짐하고 싶다.
결코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中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RHK)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편집-강소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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