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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안, 알맹이 빠지고 '총선 이후' 시간표도 늦춰

연금개혁안, 알맹이 빠지고 '총선 이후' 시간표도 늦춰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의 공이 뚜렷한 '숫자' 없이 이달 말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함만을 강조한 채, 구체적인 인상률 등 모수(숫자)를 담지 않아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표심을 잡으려는 총선 기간에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연금개혁 추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개혁 시간표'는 내년 총선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는 오늘(27일) 2023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정부의 종합운영계획안에는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의 모수 개혁 방안이 빠졌습니다.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종합운영계획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 비교하면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이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점진적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상 수준은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고만 밝혀 그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모수 개혁안이 담기지 않은 계획안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연금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문가위원회인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달 19일 무려 24개의 '시나리오'만 담긴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류재린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는 연금법상으로 정부의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수치들을 내놔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도 구체성이 결여됐었다"며 "지금껏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적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 회장도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는 한 번도 (숫자가) 제대로 나온 적이 없었다"며 "정부도 계획안을 확정하는 게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정계산위원회나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 (숫자를) 내면 더 복잡하고 힘들어질 것으로 봤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심의를 거친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친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됩니다.

이에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원래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던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뾰족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활동 기한만 내년 5월로 재차 미룬 상태입니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월에도 연금개혁특위 활동 기한을 4월 말에서 이달 말까지로 6개월 연장했었습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같은 연금개혁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여야는 이대로 내년 4월 10일 총선 대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간표상으로는 수개월의 여유가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한 표가 소중한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여당도 야당도 그리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구나 총선 결과에 따라 정국의 판도가 요동치면 합의안 도출은 더 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은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다"며 "보험료 인상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바이므로 일단 빨리 올리고 기초연금 등 구조개혁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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