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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오늘 저녁 먹은 오징어튀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뉴욕타임스 칼럼] A Brief History of a Problematic Appetizer, By Ian Urbina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안 얼비나는 스브스프리미엄과도 협업했던 아웃로오션 프로젝트의 책임자다.
 

미국 사람들이 처음부터 오징어를 즐겨 먹던 건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어부들은 오징어를 잡지 않았다. 어쩌다 오징어가 그물에 딸려 올라오면, 이를 곧바로 바다에 놓아주거나 다른 물고기를 낚는 미끼로 썼다. 가져가 봤자 찾는 사람도 없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오징어는 그러나 1990년이면 너도나도 찾는 식당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친척뻘인 한치로 둔갑해 유통되는 오징어는 주로 튀김으로 요리되는데, 버펄로윙이나 감자튀김과 함께 식당에 없어서는 안 되는 메뉴다.

메인 메뉴에 곁들이는 음식 혹은 메인 메뉴 전에 먹는 전채 요리로 오징어튀김이 인기를 얻게 된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이는 마케팅의 승리이고, 미국 정부가 환경보호 정책을 펼 때 미처 생각지 못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도 하며, 전 세계에 해산물을 공급하는 중추적인 나라가 된 중국의 부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1970년대 초 대구나 명태 등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겨 먹던 생선의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치인과 대학, 환경보호 단체들은 임박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바다에 재고가 풍부하던 다른 물고기를 찾는다. 그 대표적인 물고기가 바로 오징어였다. 이들은 합심하여 다리 8개(기다란 촉완 2개를 포함하면 10개) 달린 이 연체동물 요리를 미국인들이 즐겨 먹을 수 있게 널리 알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때까지 오징어는 요리해도 남는 미끌미끌하거나 끈적한 식감 탓에 미국인들이 좀처럼 먹지 않는 식재료였다. 식성을 바꾸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1974년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렸다. 폴 칼릭스타인이라는 MIT 경영대학원 학생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양파링처럼 오징어에 튀김가루를 입혀 튀겨 내면 식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아이디어였다. 전문가들은 또 음식 이름을 오징어(squid) 대신 한치(calamari)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미국인들이 오랫동안 오징어를 잘 먹지 않기도 했고, 바다 건너 유럽 사람들이 한치를 굽거나 튀겨서 별미로 즐겨 먹는 데 주목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미국인들은 너도나도 오징어튀김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1980년이 되자, 오징어는 이미 아주 인기 있는 식재료로 자리매김했다.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있는 한 식당은 국제 오징어 축제를 열었는데, 무려 600명이 몰렸다. 축제는 점점 규모를 키워 이내 수천 명이 참여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축제를 위해 만든 9m 넘는 대형 오징어 조형물은 지역의 상징이 됐다. 아이들은 오징어 분장을 하고 행사에 왔고, 오징어가 주인공으로 나와 도덕과 윤리를 논하는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오징어튀김의 인기는 계속 빠르게 올랐고, 마침내 2014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오징어튀김 지수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오징어튀김 지수는 특정 음식의 인기를 시대별로 측정해 보여준다. 오징어튀김이 시대에 따라 인기를 얻은 요리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2022년 한 해 미국이 수입하거나 어획한 오징어는 최소 8만 5천 톤이다.

사람들이 오징어를 먹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요리사들은 오징어를 좋아한다. 오징어는 동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 가운데 생산, 유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이 가장 적다. 오징어는 또 기후변화에 타고난 적응력을 지닌 듯하다. 해양 산성화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자 오히려 번식 주기가 더 빨라졌다. 책 "생선 네 마리", "아메리칸 캐치"의 저자인 폴 그린버그는 "오징어야말로 미래의 식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징어는 재료를 다듬는 과정부터 요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요리할 때는 더 그렇다. 식당들이 처음에 오징어를 내놓기 꺼린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이때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양상을 바꿔 놓았다. 1990년대 말이 되면, 중국의 오징어 어획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점점 더 많은 오징어가 중국 공장에서 손질된 다음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오징어를 미국 식당 인기 메뉴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징어 덕분에 중국은 해산물 어획과 가공, 유통에 이르는 어업 전반에서 전 세계적인 강자로 발돋움했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먹는 오징어의 대부분은 남아메리카 먼바다에서 중국의 산업화한 대형 선단이 잡아 올린 것이다. 총 6,500여 척에 이르는 중국 원양어선 선단 규모는 경쟁국인 한국이나 대만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중국 원양어선이 잡아 올리는 물고기의 70%가 갑오징어나 오징어 등 두족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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