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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치맥 불가능…치킨 먹을 때 맥주를 마실 수 없게 된다면?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맥주와 기후위기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2021년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은 1억 8,560만 킬로리터입니다. 물, 차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음료인 맥주의 특유의 맛과 향은 홉에 달려있습니다.

· 기후변화로 홉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유럽산 홉은 생산량이 20% 가까이 줄어들었고, 향과 씁쓸한 맛을 내는 알파산 함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 가뭄의 영향으로 홉뿐만 아니라 보리의 생산량도 줄어들고, 물부족으로 인해 일부 양조장에선 맥주 생산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홉 종자로 개량하거나 생산 지역을 고위도로 옮기는 등의 대안도 고안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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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은 가장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가요? 마부뉴스 제작진들은 깔끔한 소주부터 달달한 막걸리, 시원한 맥주와 우아한 와인까지…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친근한 술은 맥주 아닐까 싶어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치맥을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순간이 되죠. 그런데 만약에 어느 날 갑자기 맥주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혹은 우리가 먹던 맥주의 맛이 변한다면요?

기후변화가 음식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과 주산지로 강원도가 떠오르고 있고, 칠리페퍼가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스리라차 소스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죠. 마찬가지로 감자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감자튀김이 부족해진 사태도 발생했던 거 기억날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런 기후변화가 음식에 미치는 영향 특집을 준비했어요. 커피, 스리라차 소스에 이어서 마부뉴스가 선택한 3번째 음식은 바로 맥주입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치킨 먹을 때 맥주를 먹을 수 없게 된다면?
 

물, 차 다음으로 꼽히는 맥주

유럽에선 과거 물 대신 맥주를 마시면서 생활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맥주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음료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모든 음료를 통틀어서 물과 차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게 맥주일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해마다 얼마나 많은 맥주가 소비되고 있을까요? 기린 이치방 시보리로 유명한 일본 최초의 맥주 회사 기린 맥주는 1975년부터 전 세계 맥주 소비량 데이터를 쌓아오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한 번 맥주 소비량을 분석해 볼게요.

가장 최신 데이터는 2021년 보고서입니다. 2021년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은 1억 8,560만 킬로리터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양인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서울 고척돔의 최고 높이에 맞춘 거대한 구조물을 생각해 보면 그 부피가 193만 세제곱미터가 나옵니다. 전 세계 맥주 소비량으로는 이 구조물을 96번 채울 수 있어요. 엄청난 양이죠? 그중 가장 많이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19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2021년에만 3만 8,093 킬로리터의 맥주를 소비했어요.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가 14년 연속 맥주 소비량 1위를 기록 중입니다. 2020년 대비 3.5% 증가해서 세계 맥주 소비량 중 31.4%를 차지했죠. 사실 아시아 국가 전체가 맥주 소비량이 늘어난 건 아닙니다. 일본이나 베트남, 우리나라의 맥주 소비량은 줄어들었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에서 맥주를 2020년보다 더 많이 마시면서 늘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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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구 규모를 고려해서 1인당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맥주의 나라 독일? 그래도 중국일까요? 정답은 체코입니다. 체코는 29년 연속 1인당 맥주 소비량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년에 체코 사람이 마시는 맥주의 양은 184.1L. 체코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500ml 맥주 1캔을 마시는 꼴이죠. 체코가 월화수목금 5일 동안 500ml 5캔을 마신다면 우리나라는 1캔 정도를 마시는 셈입니다. 체코의 맥주 소비량은 2등 오스트리아, 3등 리투아니아를 합친 정도의 규모일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참고로 독일은 전체 7위 정도고 우리나라는 52위를 차지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맥주가 사랑받는 이유는 맥주만의 특유의 맛과 향이겠죠? 맥주의 씁쓸한 맛과 향을 내는 핵심엔 홉이 있어요. 홉은 온대 지역에 자라는 덩굴식물인데, 이 홉에 맺히는 방울 모양의 꽃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죠. 홉에는 알파산, 에센셜 오일 등의 화합물이 들어있는데 이 녀석이 맥주의 맛과 향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홉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폭염과 가뭄이 잦아지면서 풍부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고품질의 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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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홉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

홉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홉은 일조량과 강수량이 풍부한 온화한 기후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홉 생산 지역에 점을 찍어보면 대부분이 북위 30도에서 50도 선 사이에 위치하는 걸 알 수 있죠. IHGC(국제 홉 재배자 컨벤션)에서는 매년 전 세계에서 홉이 얼마나 생산되었는지 발표하고 있는데, 2021년엔 12만 9,779t의 홉이 생산됐어요. 가장 많은 홉을 생산한 나라는 총 5만 2,857t을 생산한 미국입니다. 독일(4만 7,862t), 체코(8,306t), 중국(6,300t)이 뒤를 이었는데, 이 4개 국가에서 생산하는 홉이 전체 홉 생산의 88.9%를 차지하고 있죠. 이 네 국가 모두 북위 30도에서 50도 선에 포함되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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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기후대에서 자란 홉들은 보통 여름이 끝나갈 무렵인 8월과 9월에 수확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8, 9월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겁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예전에 마부뉴스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기도 하고요. 올해 8월 세계 평균 기온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관측한 이래로 174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해였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세요. 170년이 넘는 역대 8월 달 중에 20세기 평균보다 1도 이상 더웠던 건 올해 8월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고 빠르게 다가오면서, 실제로 맥주의 맛과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결과인데,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산 홉의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또 홉의 화합물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봤어요. 1971년부터 1994년까지의 시점과 1995년부터 2018년까지의 시점을 비교해서 아로마 홉(향에 특화된 홉)의 생산량을 살펴봤더니 일부 지역에선 거의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스프 마부뉴스 (수정)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지도를 보면 독일의 주요 홉 재배 지역 3곳(할러타우, 슈팔트, 테트낭)과 체코의 자텍, 슬로베니아의 첼레 지역의 홉 생산량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첼레 지역과 독일의 슈팔트 지역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홉 생산량이 각각 19.4%, 19.1% 감소했어요. 다섯 지역 중 유일하게 체코의 자텍에서만 생산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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