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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1,300년 전 신라 '소원 부적'…수구다라니 첫 공개

오래된 종이 조각들을 제자리를 찾아 맞췄습니다.

가로, 세로 30cm 안팎, 마치 정사각형 모양 부적처럼 생긴 '통일신라 수구다라니'입니다.

1장은 산스크리트어, 다른 1장은 한자로 불경을 적은 범자와 한자 수구다라니입니다.

'수리수리 마하 수리'처럼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주문을 다라니라고 하는데, 수구다라니는 다라니의 음 그대로를 종이 같은 데 적어 몸에 지니거나 불상과 탑에 봉안하는 불교유물로 소원을 이루는 부적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을 통해 공개한 수구다라니는 제작 시기가 8~9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겁니다.

삼국유사 같은 문헌에 나오던 통일신라 수구다라니가 실물로 처음 확인된 사롑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으로 알려진 불국사 삼층석탑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비견됩니다.

[신명희 /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글씨를 손으로 다 썼습니다, 범자 다라니와 한자 다라니를... 그래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필사본 수구다라니라고.. ]

범자로 적은 수구다라니 한가운데 그림도 보입니다.

금강역사가 한 손에 금강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관복 차림으로 무릎을 꿇은 이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형상입니다.

한자로 적힌 질지라는 글자는 수구다라니로 소원을 비는 사람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수구다라니를 담았던 금동 경합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뚜껑에는 보상화와 넝쿨무늬를 새겼고 옆면 4군데에는 신장상을 조각하는 등 통일신라시대 금동합과 사리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냈습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이나 티베트 유물과도 흡사합니다.

당나라 때 만든 걸로 보이는 중국 허난성 수구다라니는 한가운데 정사각형 그림을 배치했고 중국 시안 출토품은 금강역사가 머리를 어루만지는 비슷한 형탭니다.

[신명희 /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당시) 중국과 교류가 많아서 수입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종이를 분석한 결과 닥나무로 만든 한지로 밝혀져서 국내에서 쓰인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

경주 남산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지는 이 유물들은 1919년 조선총독부가 김한목이라는 사람에게 20엔씩을 주고 사들였다고 당시 문서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머무르다가 지난 2020년 한정호 동국대 교수가 일제 때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에서 이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한정호 /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범자본과 한자본이 같이 조성돼서 봉안된 사례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박물관이 2년 넘게 보존처리를 해서 당초 직사각형 형태로 잘못 배치된 범자 다라니도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 취재 : TBC 박철희 / 영상취재 : TBC 이상호 / 영상편집 : 이승열 / CG : TBC 김유진 / 화면출처 : 국립경주박물관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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