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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예술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문제

[뉴스페퍼민트]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뉴스페퍼민트 도서전
지난 18일 개막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최대의 도서전으로 불립니다. 이 도서전에는 제3세계 여성작가의 작품 중 독일어로 번역된 작품에 주어지는 리베라투르 상이 있습니다. 올해 리베라투르 상은 팔레스타인 출신인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Minor Detail)”과 번역자인 귄터 오르트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소한 일”은 1949년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간 사살된 아랍소녀의 이야기와 이 사건을 쫓는 21세기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을 때 유럽의 일부 매체는 이 작품이 반유대주의적 서사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리베라투스 상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의 시상식이 열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시작되기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였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하며 시상식을 도서전 중에 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이 결정에 대해 아랍권 출판사는 도서전 참가 취소를 선언했고, 소설가 이언 매큐언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비롯한 6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는 이 결정을 비판하는 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패멀라 폴 역시 지난 10월 18일, 오피니언 란을 통해 이런 상황일수록 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패멀라는 수상자인 쉬블리의 말을 인용하며 몇 가지 쟁점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소설, 혹은 예술이 가진 입장 혹은 주장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입니다. 이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곧,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로 일컬어지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따라서 나와 반대되는 생각의 표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거부하려는 본능을 이기고 오히려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주는 이점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만약 이 정답을 따른다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시상식 취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문제가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곧, 표현의 자유는 어떤 비대칭적인 힘을 가진, 예를 들어 정부와 같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 권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는 장치이며, 민간의 차원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생각을 옹호하고 권장하며, 또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하마스에 대한 반대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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