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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확산하는 '테러 공포'…담벽 높이는 유럽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희생된 프랑스 교사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교전이 본격화한 뒤, 유럽 전역에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공포를 초반 자극한 건 지난 13일 프랑스 동북부 아라스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이 학교 출신 20살 청년이 흉기를 휘둘러 교사를 살해했습니다. 범인은 모하메드 모구치코프란 이름의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청년으로 드러났는데, 범행 당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흉기에 교사가 숨진 프랑스 아라스의 한 고등학교 앞

프랑스 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가 불법 체류 이민자 신분인 데다, 그의 가족이 추방 명령을 받은 뒤에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프랑스에 계속 머물러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의 형은 이슬람 무장 공격 음모에 연루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그도 이미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을 의심받아 프랑스 정부의 '잠재적 위험 인물' 명단에 올라 있던 상태였습니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감시 아래 있었음에도 모구치코프가 이번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며, 프랑스 사회의 위험 인물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유대인 인구가 많고, 무슬림 인구는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즉시 사건 현장을 찾아 해당 사건을 '야만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고, 프랑스 내 안전 경보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총기 테러범의 충격적인 정체

벨기에 브뤼셀 총격 테러로 스웨덴인 2명 사망

하지만 불과 사흘 뒤 이번엔 벨기에에서 또다시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6일 브뤼셀 시내에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스웨덴인 2명을 숨지게 했는데, 범행 후 스쿠터를 타고 달아난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이 스웨덴인들을 죽였다고 밝히며 "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에서 온 알라를 위한 전사"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검거 작전 과정에서 총을 맞고 숨졌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선 그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이 잇따라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2005년 본국에서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탈옥한 인물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유럽행 통로가 되고 있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통해 유럽 땅을 밟았고, 이후 유럽연합 회원국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을 악용해 이탈리아, 스웨덴을 거쳐 벨기에에 도착했습니다.

2019년 그가 망명을 신청했을 당시, 벨기에 정부는 그가 인신 매매 및 불법 체류 등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과격 성향의 '이슬람 성전주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제3국 첩보까지 입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2020년 그의 망명이 최종 불허되면서 이듬해 출국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당국은 '거주지 불상'이라는 이유로 사후 조처 없이 그를 방치했고, 지난해 8월엔 튀니지 정부가 직접 라수드에 대해 범죄인 신병 인도 요청까지 했음에도 행정 누락으로 집행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당국에 대한 비판은 법무장관 사퇴로 이어졌습니다.
 

시험대에 오른 '하나의 유럽'⋅'포용적 유럽'

독일 수도 베를린 유대교 회당 주변 화염병 투척 피해 현장

다시 이틀 뒤엔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유대교 회당을 향한 방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괴한 2명이 새벽 시간 회당 건물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는데, 이 건물엔 유대인 커뮤니티센터와 유치원, 학생 130명이 다니는 학교도 함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화염병이 건물을 맞추지 못해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국은 심각한 방화 시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숄츠 독일 총리는 "유대인 시설에 대한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유대인이 오늘날 이 나라(독일)에서 또다시 두려움이 떨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며 규탄했습니다.

이후에도 프랑스에선 연일 '폭발물 설치' 협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르사유궁과 파리 루브르박물관 등 유명 관광 명소를 대상으로 시작된 테러 협박은 일선 학교와 지방 공항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갔습니다. 수많은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긴급 대피했고, 곳곳에서 항공편 운항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당국은 현재까지 확인된 테러 협박이 대부분 미성년자들의 장난이었다고 밝혔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진짜 테러 협박' 가능성 때문에 매번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확산하는 테러 공포 속에,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가속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적⋅물적 이동이 자유로운 하나의 유럽', '난민들에게 비교적 관대했던 포용적인 유럽'의 개념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는 겁니다. 프랑스에선 불법 체류자는 물론 이미 거주 허가를 받은 외국인까지 추방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위헌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해당 지역을 넘어 지구촌 많은 이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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