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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세금 들여서 '무제한 교통패스' 도입하는 이유?

[뉴스쉽] 기후위기, 불평등에 맞서는 공공 교통

✏️ 뉴스쉽 네 줄 요약

· 서울시가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을 내놨습니다. 월 6만 5천 원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 따릉이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독일을 포함해 선전국들이 앞다퉈 교통패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 무제한 교통이용권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은 정치인의 '레거시 남기기'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서울시의 교통패스가 공공 교통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시작점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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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패스, 얼마나 타야 본전일까?

서울시가 한 달에 6만 5천 원을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내년 1월부터 4개월간 시범운영을 하고 하반기에는 본 시행을 할 예정입니다.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의 교통패스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연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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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된 만큼, 출퇴근용으로 이 카드를 사용하면 이득일지 계산이 필요합니다. 시내버스를 한 달에 44번 넘게 탄다면 교통패스를 사용하는 게 유리합니다. 지하철은 기본요금만 내도 되는 10km 이내 거리로 출퇴근한다면, 46번 넘게 탈 경우 구매하는 게 낫습니다. 10km를 넘으면 5km마다 기본요금 1400원에서 100원씩 추가되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가 긴 경우 한 달 평균 교통요금과 6만 5천 원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서울시의 교통패스는 인천과 경기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은 사용이 어렵습니다. 서울시에서 승차해서 인천과 경기도에 하차하는 건 이 패스에 포함되는데, 인천과 경기에서 승차하는 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광역버스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가격이 많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 이용효과가 극대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용객도 수도권을 포괄하지 못하고 서울시민에 국한될 가능성이 커서 한계는 보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이용권'을 도입했다는 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불평등 해결"…교통패스 도입하는 국가들

무제한 교통패스를 도입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의 고물가로 인한 불평등 심화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교통패스를 도입하는 실험이 각국에서 이어졌습니다. 값싼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통해 자동차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을 막고, 자동차를 타기 힘든 사회적 약자에게는 싼 값에 이동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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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에서 대중교통으로 교통수단을 전환(Modal Shift)시키는 것에 선진국은 나서고 있습니다. 그 방식도 무제한 정기이용권뿐 아니라 다양합니다.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까지 국영철도 요금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재원은 에너지기업에 부과한 횡재세로 충당했습니다. 유가상승으로 크게 이득을 본 정유회사 등 에너지기업에게 세금을 걷은 뒤, 고물가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무료 대중교통 정책으로 돌려준 겁니다. 영국도 올해 상반기, 대중교통 요금을 최대 2파운드(3,300원 수준) 상한을 설정해 싼 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전면 무료화, 상한선 설정 등 여러 방식이 있지만 '무제한 정기이용권' 방식을 택한 곳 중 가장 의미 있는 효과를 본 곳은 독일입니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 동안 9유로(1만 2천 원 수준) 짜리 무제한 교통패스(도이칠란트 티켓)를 도입했습니다. 9유로 티켓의 실험이 끝난 뒤 올해 5월부터는 49유로 티켓을 만들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3개월 간 실시된 9유로 티켓의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교통패스의 도입으로 물가상승률은 0.7% 감소하고 대중교통 이용은 25% 증가했습니다. 180만 톤의 탄소배출이 줄어들면서 대기오염이 6%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이동권 보장과 복잡한 교통 요금체계의 단순화라는 의미도 가져왔습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1년 동안 승용차 이용이 1만 3천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온실가스를 3만 2천 톤 감축하고, 시민 한 명당 교통요금을 34만 원 이상 할인받는 효과가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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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과 정치

교통패스와 같은 복지정책, 특히 큰 전환을 가져올 만한 보편적 복지는 어떻게 도입될까요. 정치인이 본인의 레거시(유산)를 남기기 위해 도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1천만 명에 가까운 시민을 이끌고 행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은 그 자체로도 상징성이 있지만, 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시민들에게 각인되도록 재임기간 중 상징적인 정책을 남기고 싶다는 동기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과 버스 전용차로, 박원순 시장의 따릉이 도입 등이 그러한 정책입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오세훈 시장은 올해 2월 무제한 교통이용권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의 '업적 남기기'로 복지정책이 도입되지만, 같은 이유로 복지정책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번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 출퇴근에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시도 기후동행카드에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결국 서울시민을 위한 교통패스에 그쳤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서울시와 함께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교통패스를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더 경기패스'를 자체 도입해 교통비의 20%를 환급해 주는 방식을 내놓았습니다. 인천시도 자체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입니다. 정치인들이 서로 업적을 남기려고 하는 상황에서, 정당마저 다른 지자체장이 이끄는 대표적 정책에 협조하기란 어렵습니다. '남 좋은 일' 보다는 본인 이름으로 남겨질 자체 정책을 택하겠다는 모습입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묘사한 것처럼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수많은 수도권 사람들은 정당의 색깔과 지역의 경계가 갈라놓은 정기이용권이 아쉬울 겁니다.

보편적 복지 정책은 항상 포퓰리즘 논란과 재원 문제에 시달립니다. 내년 5개월 시범기간에 기후동행카드로 인한 비용은 750억 원입니다. 한 달에 150억 원씩 재원이 드는 셈인데, 시가 50%를 부담하고, 운송기관이 50%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카드의 가격을 6만 5천 원으로 책정한 것도 이러한 재원 소요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액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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