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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달리면 못 잡아요"…오토바이 굉음, 왜 잦아졌나 했더니

"오토바이 소음이요? 거의 단속 못 한다고 봐야죠." - 경찰 관계자

오토바이 굉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도로를 걷다가도, 잠시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가도 굉음에 놀라기 일쑤입니다. 머플러를 불법으로 구조 변경했거나, 기어를 저단에 놓고 속도를 올리는 소위 '팝콘 튀기기' 주행을 하는 소리입니다. 둘 중 무엇이든 운전자의 의도성이 있는 소음입니다.

이런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 단속은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오토바이 배기 소음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 관계 기관들은 "컨트롤타워가 없고, 소음 단속이 쉽지 않다"라는 공통된 답변을 내놨습니다. 누가(단속 주체), 어떻게(단속 방법) 단속할 지가 명확하지 않은 탓입니다.

오토바이 소음 단속, 컨트롤타워가 없다

오토바이 소음 단속은 지자체와 경찰 모두 가능합니다. 소음·진동관리법 제36조에 근거해 지자체 환경과가 운행차량을 수시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경찰도 도로교통법 제46조의 3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에 대해 난폭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양쪽 다 소음 단속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겁니다. 소음 측정기가 있는 지자체 환경과는 공사장 등 주간 소음에 인력을 집중하다 보니 야간 단속에 투입할 인력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야간 단속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경찰은 소음 측정기가 없습니다. 결국 둘이 힘을 합친 '합동단속'만이 방법인데, 법적으로 합동단속의 권한이나 책임은 어느 쪽에도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오토바이 소음 단속은 자발적인 합동단속에 기대왔던 셈이고, 결국 아무도 단속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게 된 겁니다.

뒤늦게 이런 문제를 인식해 내년 6월 14일부터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소음·진동관리법 제36조 일부 개정에 따라, 지자체의 운행차 소음 점검이 의무화됩니다. 지자체가 소음 단속의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게 되고, 경찰 등 관계기관들은 지자체의 합동점검 요청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물론 법 개정 전까진 자발적인 합동단속에 기대야 하는 실정입니다. 서울 지역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주관으로  2023년을 '이륜자동차 소음 없는 도시 만들기 해'로 정하고, 올해 2월부터 서울시, 경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합동단속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자경위는 올해 용산 소월로와 구로 대림사거리, 강북 미아사거리 등에서 다섯 차례 합동단속을 벌였고 올해 두 번 더 합동단속을 예고 중입니다.

서울시 합동단속에서 교통소음 유발 이륜차를 단속하는 모습 (사진제공: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달리면 못 잡아요"…현실과 먼 측정 기준

힘들게 합동점검에 나서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습니다. 소음을 어떻게 측정할지의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허용되는 오토바이 최대 소음은 105dB입니다. 단속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길가에서 일반 소음기로 측정해 본 '팝콘 튀기기' 주행 최대 소음이 118dB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 합동단속 현장에서는 105dB을 넘는 오토바이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섯 차례 합동단속을 통해 적발된 위반 건수는 41건인데, 모두 불법 개조와 속도위반 사례였습니다. 소음 위반으로 적발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여기엔 측정 방식의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배기 소음 측정 방식은 환경부 고시인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 시행요령 등에 관한 규정'을 따릅니다. 이에 따르면 배기 소음은 측정기를 배기관 중심선에서 45º±10º로 0.5m 떨어진 지점, 최소 0.2m 이상 높이에 설치한 채로 측정해야 합니다. 단속자가 시끄럽다고 판단되는 오토바이가 있다면, 쫓아가 세운 뒤, 규정에 따라 측정기를 설치하고, 엔진 회전수를 올려서, 측정하는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은 오토바이가 제자리에 서있을 때를 기준으로 합니다.

달리 말해, 주행 중인 오토바이 소음을 측정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팝콘을 튀기며 지나가도 잡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한 지자체 환경과 공무원은 "'오토바이는 달리면 못 잡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면서 "쫓아가 잡을 사람도 없고, 잡아도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푸념했습니다. 현실과 먼 측정법 속에 단속 사각지대가 더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 시행요령 등에 관한 규정. 배기 소음은 정지된 오토바이에 측정기를 배기관 중심선에서 45º±10º로 0.5m 떨어진 지점, 최소 0.2m 이상 높이에 설치한 채로 측정되어야 한다.

단속 강화 선언한 당국…후방 단속카메라까지

그나마 관계 당국이 오토바이 소음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작년 10월 환경부는 '이동소음 규제지역' 내에서 규제할 수 있는 이동소음원에 '배기 소음 95dB 초과 이륜차'를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이 고시를 통해 지역과 시간만 정하면, 배기 소음 95dB이 넘는 이륜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현재까지 고시를 마련한 지자체는 올해 7월 기준 경기 구리와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남 김해 네 곳으로, 일부 지자체들도 참여를 준비 중입니다.

'후방 단속카메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뒤쪽에만 부착되어 있어 일반 단속카메라로는 단속이 어렵습니다. 후방 단속카메라는 오토바이 뒷모습을 찍어, 신호위반 또는 과속 오토바이를 적발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 소음이 속도와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인력 투입 없이 단속할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꼽힙니다.

후방 단속카메라는 올해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해 그 수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 중랑과 경기 화성, 수원까지 3곳에 시범 설치가 되어있고, 올해 내로 전국에 25대가 신규 설치됩니다. 서울 내에선 영등포와 종로2가, 동대문, 관악, 동작이 대상지입니다. 지자체 자체 설치 수는 더 많습니다. 올해 7월 기준 지자체 후방 단속카메라 설치 예정 수는 171개에 달합니다. 계획대로만 설치된다면, 내년 중순부터는 전국에 후방 단속카메라 200여 대가 운용됩니다.

이슈로 떠오른 오토바이 소음, 내년엔 개선될까

오토바이 소음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굉음의 주원인인 '배기량 260cc 초과 대형 오토바이' 수는 2012년 4만 9천 대에서 2022년 17만 2천대로 10년 새 3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 사이 오토바이 소음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428건에 그쳤던 이륜차 관련 소음 민원 수는 2022년 3033건으로 치솟았습니다.

후방 단속카메라, 그리고 법 개정으로 인한 오토바이 소음 합동단속까지. 내년엔 오토바이 소음 전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전망입니다. 주행 중 소음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부디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내는 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잦아들길 기대해 봅니다.

※관계기사: "오토바이 굉음에 잠을 못 자" 민원 폭주하는데…소용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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