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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우리 애 감기 책임져!"…교사 돈 뜯는 학부모들, 한 둘 아니었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이영승 선생님은 지난 2021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탓입니다.

이영승 선생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특히 사람들이 분노했던 부분은, 수업 시간에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치자,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고, 사비를 써서 치료비로 400만 원을 주기까지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고 배상금까지 물어낸 선생님은 더 많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상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장 : 학생 부주의로 발목이 삐끗하여 학생이 깁스를 하게 되자 '담임이 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학생이 일생일대의 수학여행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며 화를 내고 탓하면서 치료 보상을 압박하는 민원을 교사가 상당 기간 겪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물품 분실 등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교사들의 사례를 모아 발표했습니다.

전교조에 따르면 한 교사는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학급의 학생 한 명이 감기에 걸려 심한 천식으로 악화하자, 해당 학생 학부모로부터 법적 조치 하겠다는 등의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습니다.

교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자기 자녀가 고생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학생이 다치는 바람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6학년 학생이 활동 중 셔틀콕에 눈을 맞자,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친척까지 대동해 교사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민원을 제기했던 겁니다.

결국 교사가 직접 학생 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했고, 해당 학부모는 졸업 후에도 병원 통원에 필요한 교통비를 요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이 물건을 분실하면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했습니다.

[손지은/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 심지어 현장학습 버스에서 점퍼를 두고 내린 학생의 점퍼를 보상하라고 여러 차례 연락하며 교사를 괴롭히는 사례도 있다. 교사 본연의 역할이 수업과 생활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사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 왔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교사 1천 명 중, 이렇게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서 직접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7%를 넘었습니다.

또 동료 교사가 민원 받은 걸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도 45%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전교조는 교사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 안전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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