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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노화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사실들

[뉴욕타임스 칼럼] What They Don't Tell You About Getting Old, By Roger Rosenblatt

스프 뉴욕타임스칼럼
 
*로저 로젠블라트는 여러 편의 소설과 회고록을 쓴 작가다. 대표적인 저서로 "백내장 블루스"가 있다.
 


나는 최근 83세가 되었다. 나이 먹는 것에는 즐거운 구석도 많지만, 택시에서 내릴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다.

자, 우선 오른발을 문 쪽으로 내딛기 전에 왼발이 조수석 아래에 끼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금을 내려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서 발목을 다칠 수도 있고, 이 모든 동작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가까스로 택시를 빠져나왔다 하더라도 인도까지 약 30cm의 거리가 남아있다. 나는 노인이므로 그 와중에도 넘어질 수 있다. 하루하루가 이렇다.

여기까지는 혼자 택시를 탈 때의 일이고, 친구나 배우자 같은 또 다른 노인과 함께라면 진짜로 택시에서 내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정말로 존재한다. 남은 하루 동안 택시 뒷좌석에 갇힌 채 반복 재생되는 부동산 광고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영화 만드는 법을 안다면 "택시에서 내리는 나이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다. 네 시간짜리 영화가 되겠지. 나이든 배우 친구에게 이 영화에 출연하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에서 일어날 수 있으면 출연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이 먹는 건 장난이 아니다. 일단은 보기가 우스꽝스럽다. 감독이자 배우인 멜 브룩스는 1977년 작품 "고소공포증(High Anxiety)"에서 이 점에 착안해 릴로맨(Lilloman, '작은 노인'을 뜻하는 'little old man'으로 발음된다) 교수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무언가를 투덜투덜 중얼거리면서 거북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짜증을 내는 동시에 짜증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노인 캐릭터다.

나도 예전에는 이 캐릭터가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식당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다가 일어날 때도 훨씬 더 조심스럽게 각도를 재고 발을 어디에 디딜지 신중하게 찾는 나를 본다. 식당 종업원들은 내가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기를 걸고 있을 것이다.

노년은 여러 책들이 약속한 것과 전혀 다르다. 문학에는 나이와 함께 지혜와 평화, 권위와 권력을 얻게 된 노인들이 잔뜩 등장한다. 리어왕, 영원히 늙지 않는 샹그릴라의 수도승, 미스 마플, 칩스 부부(내가 만들어 냈다), 디킨스 소설에 등장하는 '늙은 부모(Aged P), 미친 댄버스 부인 등등. 소설 속 나이 든 인물들은 대개 중심이 딱 잡혀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 삶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지혜와 평화, 권위와 권력을 구하고자 나를 찾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찾는 사람들은 한 달에 9달러짜리 생명보험을 팔거나, 기억력을 높여 준다고 광고하는 약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 약이 실제로 있다면 잊고 싶은 것보다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약이겠지...

내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슨 요일에 어떤 의사를 만나는 지다. 2년 전, 아내와 나는 24년간 살던 바닷가 집을 떠나 뉴욕시로 돌아왔다. 병원이 가까운 데 살아야 할 경우를 대비해 도시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시로 돌아온 후 우리 부부가 병원에 가거나, 병원 예약을 잡거나, 병원에 한 번 가보는 게 좋을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는 것 같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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