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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는 99년생, 서명은 71년생?…고객 몰래 만든 계좌들

<앵커>

지방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시중 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이 고객 몰래 1천600개 넘는 증권 계좌를 동의 없이 만든 걸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고객의 신청서를 복사한 뒤에 수정 테이프로 고쳐 재활용하기까지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무단 개설한 증권계좌 신청서입니다.

계좌 명의인은 99년생 김 모 씨로 나와 있지만 신청인은 71년생 이 모 씨로, 서명란에도 이 씨의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다른 고객의 계좌개설 신청서를 몰래 바꾸려다가 틀린 겁니다.

지난 8월 관련 제보를 접수한 금융감독원이 두 달에 걸쳐 검사를 실시한 결과, 2021년 8월부터 2년 동안 부당 개설한 증권계좌는 모두 1,662건, 가담한 영업점만 56곳에 직원 114명이 적발됐습니다.

수법은 고객의 전자 서명이 담긴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다음, 수정테이프로 고쳐가며 다른 신청서로 재활용했습니다.

[윤동진 팀장/금융감독원 은행감사2국 : 고객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던가 증권사 알림톡이 고객 휴대전화로 전송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위임장을 받았다던가 이런 것과 같은 계좌개설 당시 물적 증빙이 없습니다.]

다만,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 이체나 주식 매매 같은 실제 거래 내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부터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과 개인 모두에 반영한 뒤, 집중적으로 부당 계좌 개설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금융실명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 대구은행은 지난해 4월 이미 일부 사례를 포착한 후에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내부통제 실패와 관련해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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