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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프리드먼 칼럼] 이스라엘 전쟁 역사상 최악의 날

[뉴욕타임스 칼럼] Israel's Worst Day at War, By Thomas L. Friedman

Maxim Barkalifa가 지난 토요일 지붕에 서서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에 피해를 입은 다른 이웃집을 바라보고 있다. (Tamir Kalifa for The New York Times)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이스라엘에 관해 엄정한 분석이 필요할 때마다 나는 내 오랜 친구이자 중요한 취재원이기도 한 나훔 바르네아에게 전화를 건다. 나훔은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옷에 칼럼을 쓰는 베테랑 칼럼니스트다. 지난 토요일 오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관해 의견을 구하려고 전화했을 때 나는 그가 내뱉은 첫마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스라엘 군대와 전쟁 역사상 오늘은 최악의 날로 기록될 거야. 50년 전 욤키푸르 전쟁 때 저지른 실패를 포함해도 마찬가지야."

나훔은 지난 반세기 이스라엘이 겪은 주요 사건과 전쟁을 모두 신중하고 꼼꼼하게 취재한 기자다. 그런 그로부터 지난 주말의 실패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나자, "최악의 날"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일 만한 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벌어지던 지금까지의 국지적 분쟁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선은 총연장 60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충격파는 단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에까지 거세게 미칠 것이다.

왜냐? 우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내던 군사 원조를 이스라엘에 보낼 수밖에 없다. 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진행되던 수교 논의는 곧바로 중단됐다. 만약 사우디와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가장 못마땅히 여기는 이란이 이번 기습의 배후에 있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뿐 아니라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도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도 더욱 껄끄러워질 것이고, 서남아시아/아랍 지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 나훔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왜 이번 기습을 막지 못한 것이 이스라엘에 재앙과 같은 일일까? 50년 전 이집트와 시리아가 동시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욤키푸르 전쟁 때보다 더한 참사라고 보는 근거는 뭘까? 우선 나훔은 이번 일이 이스라엘군에 치욕스러운 패배라고 말했다. 1973년에는 "그 당시 아랍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침공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거다.

이번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근처 22곳에서 동시에 침공을 받았다. 경계선에서 25km 떨어진 마을까지 침공한 하마스 대원도 있었다. 50년 전 아랍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이집트군에 비하면, 가자지구는 유럽으로 치면 룩셈부르크보다도 군사력이 약한 곳이다. 그러나 이 조그만 지역에서 출정한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군이 경계선을 따라 쳐둔 방어 시설을 손쉽게 무력화한 뒤 이스라엘 영토를 유린하고는 심지어 이스라엘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10억 달러 가까운 돈을 들여 경계선을 따라 거대한 장벽을 세웠다. 누구도 쉽게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장벽이 무용지물로 판명 났고,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억지력은 크게 훼손됐다.

정보전의 참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이 늘 자신 있게 내세우던 최강의 정보력이 이번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요르단강 서안의 무장정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으며, 이들이 공격을 계획하면 이를 조기에 발견해 무력화하는 경보 시스템을 갖춰놓았다고 믿어 왔다. 이스라엘 문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지난 몇 주간 뉴스를 보셨을 텐데, 심지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뻔히 보는 앞에서 한동안 공격 훈련을 반복했다. 마치 가자지구 경계선을 따라 동시다발적인 기습 공격과 침투를 대놓고 연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그저 이스라엘 군 수뇌부에 혼선을 주고, 긴장감을 높이려고 무언가를 꾸미는 척한다고 판단하고 훈련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규모 훈련을 동시다발적인 공격의 전주곡으로 여긴 이는 없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카타르로부터의 재정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안이해지기도 했다. 카타르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하마스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또 가자지구 사람들이 이스라엘에서 일하려면 까다로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절차를 카타르가 중재해 왔다. 경제적인 교류를 통해 카타르가 일종의 평화를 보증하는 역할을 겸한 건데, 이 상황에 유지되는 한 국경에서 큰 무력 충돌은 없을 거라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예단했다.

나훔은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아무리 저런 훈련을 해봤자,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심각한 오만에서 비롯된 끔찍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정보기관의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육해공에서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침공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이스라엘은 잇단 오판으로 인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하게 됐다. 하마스는 그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민간인이 주거지나 군사 기지를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이스라엘 사람을 인질로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인질 가운데는 군인도 최소 1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린이와 노인도 다수 있다고 한다.

AP 통신은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한 뒤 골프 카트에 실어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모습과 오토바이 한 대에 탄 하마스 대원 두 명 사이에 끼인 채 붙잡혀 가는 또 다른 이스라엘 여성의 사진"을 보도했다. 인터넷에서는 가자지구에 붙잡혀 간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리에 끌려 나와 강제로 행진하는 사진들이 떠돈다.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들은 또 가자지구에 인접한 이스라엘 도시 베애리와 오파킴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을 납치했지만,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인질들을 구출해 냈다.

이스라엘은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앞서 2011년에도 총리였던 벤야민 네타냐후는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질라드 샬리트를 이스라엘에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 죄수 1,027명과 맞바꿨다. 이 가운데 280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들이었다. 나훔은 하마스가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 시민을 가자지구에 붙잡아 둔 이상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죄수를 다 석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네타냐후는 토요일 오후 가자지구와 하마스에 치명적인 보복을 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만약 하마스가 이스라엘 시민을 인간 방패로 쓴다면, 이스라엘이 취할 수 있는 보복 공격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가자지구에서 하는 모든 군사작전은 이스라엘 인질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나훔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훔은 총리를 포함한 군 수뇌부, 장성 등 안보 책임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마스가 이렇게 쉽게 이스라엘을 침공할 수 있었는지 조사가 진행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당장 매우 어려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하고 필요한 보복을 가하며,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출하고, 심지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이렇게 극도로 어려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더라도 군과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칭찬과 축하가 아니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원인에 대한 해명과 책임 추궁이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전략을 짜고 전술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칼럼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다시 총리가 된 네타냐후의 분열 정치는 이스라엘에 엄청난 해를 끼쳤다. 네타냐후는 사법부 장악, 구체적으로는 행정부를 감독하는 대법원의 권한을 빼앗는 일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 다른 모든 중요한 사안들은 뒤로 밀렸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사회와 군대마저 철저히 쪼개지고 갈라졌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이 이스라엘에 실제로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이들이 많았다. 당장 지난주에 나는 칼럼에 이스라엘의 전 국방부 참모장 댄 하렐이 텔아비브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서 한 발언을 소개했다.

"나는 지금껏 우리나라의 안보 태세가 이토록 위태로운 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이스라엘 국방력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예비군 전력이 곳곳에서 구멍이 나고 있고, 이스라엘군의 준비 태세, 작전 수행 능력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에 끼친 피해 못지않게 2007년 집권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도 치명적인 저주에 가깝다. 카타르에서 받은 10억 달러 넘는 지원금의 원래 목적은 가자지구에 생산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좋은 학교를 비롯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더불어 가자지구의 건설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선례를 남기고자 했던 목표는 하마스의 집권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하마스는 대신 가용 자원과 에너지를 이스라엘로 침투하기 위한 땅굴을 파거나 로켓포를 만드는 데 써버렸다.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 준비에 올인한 대가로 가자지구 사람들은 자신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품위 있고 민주적이며, 생산적인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마스의 통치는 그런 정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마스는 그렇다면 왜 즉각적인 도발 없이 지금 공격을 감행해 전쟁을 일으킨 걸까? 우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란의 지령을 받고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하마스에 무기를 대주는 주요 자금줄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걸 누구보다 불편해할 나라이기도하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수교를 맺게 되면, (하마스보다) 온건파인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파타당도 큰 혜택을 입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많은 돈을 서안 지구 개발에 지원할 것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므로,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에 추가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파타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서 마침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며, 이는 파타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하마스의 정당성을 반대로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수교 논의를 중재한 건 미국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파트너 가운데 일부 극단적인 세력과 갈라서는 걸 각오하면서 이번 일을 진행해 왔다. 두 나라의 수교는 중동 지역에서 지난 75년간 일어난 권력 지형의 변화 가운데 가장 거대한 지각변동이자 외교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유대 국가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 가운데 우두머리 국가에 해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을 잡고 페르시아만에서 거꾸로 이슬람 시아파의 우두머리 국가인 이란을 포위하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함께 두 나라의 수교 논의는 순식간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더는 이스라엘과 협상에서 자국의 이익만 계산할 수 없게 됐다.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이익까지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과 벌이는 협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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