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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때문에 옮겼는데…분통 부른 제도 현실

<앵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부인이 남편을 피해서 아이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거기에서 아이를 새로운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퇴소 처리를 해주지를 않고 있습니다.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는데, 자세한 내용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편의 심한 폭력에 시달리던 A 씨는 지난 7월 법원에서 보호처분 결정을 받았습니다.

[A씨/가정폭력 피해자 : 다시는 폭행은 없을 것이다, 잘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3년 동안 참다가 참다.]

4살 아이와 이사를 했지만, 아이의 어린이집 퇴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퇴소를 허가해 주지 않은 겁니다.

[A씨/가정폭력 피해자: 퇴소 처리를 해달라, 아이가 집에서 나왔다. (그런데) 원장이 아이 퇴소처리를 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

A 씨가 법원 결정문을 제시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임을 호소해도, 원장은 "부모 둘 다 양육자여서 한쪽 의견만 들을 수 없다"며 퇴소를 거절했습니다.

폭력 가해자인 아빠가 반대하니, 퇴소를 못 해주겠다는 얘기입니다.

할 수 없이 A 씨는 기초생활 수급비 중 3분의 1을 내고 새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건 어린이집 퇴소 권한이 원장에게만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관계자 : 퇴소할 수 있는 키보드 스위치를 누르는 권한이 원장에게 밖에 없다는 거죠. 공무원도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본인 권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가정폭력 피해 학부모가 신청하면 교장 허가 없이 교육청이 학생 전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초등학교와 달리 어린이집 원장의 판단에만 매여 있는 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춘숙/국회 보건복지위 위원 (민주당) : '아동이 있는 곳에 지원을', 이라고 하는 원칙 하에 별도의 위원회 등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해 피해 입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도 취재진의 문의를 들은 뒤, 제도 개선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전경배, 영상편집 : 김윤성, CG : 김한길·이재준,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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