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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아프리카 동물 사람 공포 극심"

사자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아프리카 동물 사람 공포 극심"
코끼리와 코뿔소, 기린, 얼룩말, 영양 등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야생 동물들이 가장 무서운 포식자로 군림해온 '백수의 왕' 사자보다 사람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리아나 자네트 교수팀은 6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남아프리카 그레이터 크루거 국립공원 관찰 실험 결과 야생동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사자 소리보다 사람 말소리에 더 큰 공포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야생동물들이 몰려드는 물웅덩이 근처에 10m 안으로 접근하는 야생동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카메라-스피커 시스템을 설치하고, 사람이 말하는 소리, 사자 으르렁거리는 소리, 사냥 소리(개 짖는 소리나 총소리), 새 울음소리 등이 나게 한 다음 야생동물들의 반응을 촬영했습니다.

광활한 야생동물 보호 구역인 그레이터 크루거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사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 중 하나로 이 지역 야생동물들에게 사자는 생존을 위해 항상 경계해야 할 최고 포식자입니다.

실험 기간 촬영된 1만 5천여 건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야생동물들은 스피커에서 사자 소리나 사냥 소리가 나올 때보다 사람 목소리가 나올 때 40%나 더 빠르게 움직이고 물웅덩이를 버리고 도망치는 비율도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메라-스피커 시스템에 촬영된 야생동물 종의 94.7%가 사자 소리보다 사람 말소리에 반응해 더 빠르게 달아나고 물웅덩이를 포기하는 공포반응을 보였습니다.

기린과 표범, 하이에나, 얼룩말, 쿠두, 멧돼지, 임팔라는 사자 소리보다 사람 말소리가 들릴 때 훨씬 빠르게 달아났습니다.

코끼리와 코뿔소도 사자 소리가 날 때보다 사람 목소리가 들릴 때 더 빠르게 물웅덩이를 포기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전 세계 야생동물들 사이에 인간이라는 '슈퍼 포식자'에 대한 공포가 만연해 있다는 기존 실험 결과를 재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네트 교수는 "북미, 유럽, 아시아, 호주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현재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보면 야생동물들은 사자, 표범, 늑대, 퓨마, 곰, 개 같은 인간 외의 최상위 포식자보다 인간을 더 두려워한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포 자체가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다른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며 "이 실험에서 확인된 인간에 대한 공포는 야생동물들에게 생태학적으로 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 결과는 야생동물 관광객 같은 선의의 인간도 야생동물들에게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보호 지역 관리와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 중요한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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