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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감정노동부터 육체노동까지…'괴물'과 '딸바보'를 오갔던 류승룡의 완성형 연기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스프 주즐레 무빙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의 주인공 '장주원'의 남다른 능력은 재생(再生)에 있다. 그는 총을 맞아도, 칼에 찔려도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물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감내하고 극복한다. 한때는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는 남자가 된다.

장주원을 연기한 류승룡도 일견 닮은 구석이 있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고,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대체불가의 연기로 부활하곤 했다.

'무빙'을 마친 류승룡에게 N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이 드라마에 본 시청자들은 "류승룡이 잘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열광했다. 배우 류승룡의 모든 것을 보여준 동시에 류승룡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극한직업'(2019) 때도 류승룡이 부활했다고 그러더니 '무빙' 때도 류승룡이 다시 살아났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몇 번을 죽었다 살아나는지 모르지만 저야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019)으로 글로벌 OTT 드라마 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류승룡은 '무빙'으로 후발주자인 디즈니+를 위기에서 구해내는데 일조했다. 물론 홀로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것은 아니었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무빙'이지만 류승룡은 그중에서도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하며 2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웹툰 '무빙'의 열렬한 팬, 강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스프 주즐레
류승룡은 2018년 영화 '염력'에서 염력을 쓰는 소시민 연기를 한 바 있다. 평단의 평가도, 관객의 평가도 좋지 못했다. 초인을 또다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터. 그는'무빙'이 가진 원작의 힘을 믿었다고 했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어요. 게다가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쓴다니 더욱 신뢰가 가더라고요. 한 인물이 끌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 인물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작품이라 제게 무슨 역할을 제안할까 궁금했죠. 사실 '20부작이 가능할까', '디즈니는 1.5배속 재생도 안되는데' 이런 우려가 내심 있었어요. 그럼에도 강풀 작가는 이야기를 정석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저는 그런 건강한 고집에 끌렸어요. 만나고 나서 더 확신했죠."

류승룡은 무한 재생 능력을 가진 초인 '장주원'으로 분했다. 엄밀히 말해 웹툰 속 장주원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는 아니었다. 멀티 캐스팅에서 중심 역할을 하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주변의 이런 물음표에도 불구하고 강풀은 류승룡을 고집했다. 그는 "야수와 딸바보가 가능한 배우"라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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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 드라마로 완성된 극본을 보고 시리즈물의 '토지'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각각의 캐릭터에 공감하게 되고 종국에는 응원하게 되는 서사가 매력적이었죠. 프랭크(류승룡), 번개맨(차태현)처럼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 강풀 작가의 오랜 테마인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메시지에 마음이 뺏겼어요. 다만 제가 맡은 주원의 경우 20대 시절 이야기까지 나오는 거예요. '이건 어린 배우가 하려나' 했는데 강풀 작가가 "형님, 제가 형님 20대 때 사진 다 봤어요. 괜찮아요. 직접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이거 큰일 났다' 싶었죠. 그래서 체중을 감량했고요. 피부 관리라는 것도 처음 해봤어요. 웹툰과의 싱크로율은 크게 신경 안 썼어요. 원작자가 각본을 새로 썼기 때문에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소시민의 드라마를 잘 다루는 강풀의 필력과 평범한 사람의 페이소스를 유머로 승화하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류승룡이 만나면서 시너지가 폭발했다.

'류승룡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라는 시청자의 한줄평처럼 그가 연기한 장주원은 배우 류승룡의 능력치를 집약한 캐릭터였다. 괴물의 야수성과 연애 초짜의 어수룩함, 딸바보의 애틋함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며 보는 이들은 웃고 울렸다. 30년이 넘는 경력에서 나온 연기 테크닉과 가슴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더해진 완성형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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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의 진솔한 연기는 '공감'에서 나왔다. 그에겐 이야기와 캐릭터를 이해하고 승화하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특히 '가족'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장주원의 따스한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고 했다.

"주원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지만 인생의 길잡이가 없었어요. 그러다 지희(곽선영)라는 빛을 만나 총체적으로 인생이 달라져요. 나를 위로해 주고 감싸주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게 우리네 가장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쓸모를 응원해 주는 사람, 바로 가족이죠. 저 역시 외롭고 힘들 때 가족을 보면서 힘을 내거든요. 우리네 모습, 그게 '무빙'의 가장 큰 공감 포인트가 아닌가 싶어요."

류승룡은 여느 작품보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OTT 플랫폼에서 방영되다 보니 관객 수와 시청률 등 수치로 반응을 체크할 순 없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응원을 얻었다"며 "매주 새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느꼈고, 지금은 모든 회가 공개됐지만 이제 막 시청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특히 SNS에 아시아 여러 국가말로 '아빠'라고 부르며 응원하는 DM이 오는데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라며 행복해했다.

"배우는 감정 노동자"라던 배우가 액션까지 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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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무빙'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로서의 절절한 감정 연기는 물론이고 '괴물'이자 '야수'인 장주원의 능력치를 육체 연기로 표현해내야 했다.

과거 영화 '최종병기 활', '표적' 등에서도 액션 연기를 수행한 바 있지만 초인으로 등장해야 하는 '무빙'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류승룡은 이번 작품에서 100대 1 액션, 3분여의 롱테이크 액션, 러시아 액션, 무장공비 액션, 수로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을 연기해 냈다.

올해 나이 쉰넷. 100세 시대에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액션은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면 더 힘들더라고요. 왜 김연아 선수가 "몸 풀 때 무슨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뭔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하잖아요. 그런 거 같아요. 대본에 충실하고, 연습한 대로 하면 나머지는 스태프들이 보완을 잘해주니까 믿고 했어요. 저희 작품 속 액션 '휴먼 액션'이라고들 하잖아요. 현장에는 '휴먼 스태프'가 있었어요. 행여나 배우들이 다칠까 봐 어찌나 준비를 철저히 하시던지. 현장에서 그런 도움을 받았기에 처절하고 어려운 액션신도 재밌게 찍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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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이크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파크텔 액션'은 장장 6개월간 찍어 완성한 장면이다. 충주와 부산 등 전국을 오가며 찍었기에 액션과 감정 연결도 쉽지 않았다. 그는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은 영하 20도의 날씨에 찍은 것이다. 바닥이 차가우니까 피가 자꾸 굳더라. 그래서 토치로 계속 땅을 데우고 피도 계속 뿌려가며 촬영했다"라고 촬영후기를 전했다.

류승룡은 오래전부터 "배우는 감정 노동자"라는 지론을 펼쳐왔다. 학자들은 지식의 노동을 하고, 예술가들이 창작의 노동을 한다면 다양한 인간으로 변신하는 배우는 감정의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액션 연기에 대한 그의 지론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역시나 '감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실 액션이 아무리 화려해도 1분 이상 보기 힘들잖아요. 이야기가 없고, 감정이 없으면 공허한 몸짓에 지나지 않죠. '무빙'은 이야기와 감정이 있는 휴먼 액션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피가 낭자한 장면도 있어서 고어한 측면이 있죠. 그런데 그건 장주원 인생의 치열함, 처절함을 보여주는 장치기도 하니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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