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저건 '괴식' 아닌가" 고기도 없는 '냉동김밥'의 인기 비결은?

미국에서 한국식 김밥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기존의 불고기, 비빔밥, 김치로 대변되던 한국음식에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대형 마트 체인인 '트레이더스 조(Trader's Joe)'에서 한국식 냉동 김밥 제품(Frozen Kimbap)을 출시했는데, 2주 만에 동이 나 버린 것이다.

트레이더스 조는 미국 내 42개 주 560여 개의 매장을 둔 업체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레이더스 조에서는 한국식 LA 갈비와 해물파전 등을 냉동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초고추장, 고추장, 떡볶이 등을 추가하며 한국식 맛을 강조하고 있다.

새롭게 출시한 한국 '냉동 김밥'은 신제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얻으며, MZ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경북 구미소재 식품업체인 '올곧'에서 만들어낸 한국식 비건 김밥(Korean Tofu and Vegetable Seaweed Rice Roll)으로 주 재료는 김, 두부, 시금치, 우엉, 당근, 유부 등이다.

미국 수출 특성상 육류를 포함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비건 음식을 만들게 되었고, 김밥의 특성상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급속 냉동을 하여 유통을 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특히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되었다. 250톤 규모의 초도 물량은 이미 완판 되었으며, 현재 2차 납품 물량을 준비해 10월에 다시 입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밥 한 줄에 3.99불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다. 8.11온스 9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는 김밥은, 일반 한국 음식점에서 8불 정도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은 젊은이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게 견인했다. 미국 NBC 방송은 '트레이더스 조의 김밥이 틱톡 영상 때문에 품절 됐다'라고 설명하며 미국 내 냉동 김밥의 인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냉동 김밥의 인기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차가운 냉동 김밥을 전자레인지에서 돌려 먹으면 식감과 냄새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김밥이 무엇인지, K푸드에 궁금해하던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틱톡(TikTok)에 짧은 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인플루언서 '사라 안(Sarah Ahn)'씨의 김밥 시식 영상이 한몫했다. 사라 안 씨는 트레이더스 조에서 냉동 김밥을 구입한 후, 어머니와 집에서 먹어보는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냉동 김밥을 먹으며, 미국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맛있다면서 평했고, 해당 영상은 3주 만에 1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4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미국 내 인기에 불을 지폈다. 사라 안 씨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다섯 살 때 김밥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었는데, 지금은 트레이더스 조에서 김밥을 팔고 있네요."라고 말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틱톡에서 현재 '냉동 김밥 (Frozen Kimbap)'의 게시물의 조회수는 9월 10일 기준, 272억 뷰를 기록했을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김밥을 처음 접한 네티즌들은 김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공유한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우는 방법에서부터, 에어 프라이어기에 데우거나,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곁들이는 방법, 참치 캔과 깻잎에 싸 먹는 등 더 맛있게 먹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 내 한식에 대한 인기는 수치로도 보인다. 시장 조사업체 IBIS World에 따르면 미국 내 한식 산업은 2020년 약 5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밥의 성공적인 인기는 그동안 미국에서 일본의 스시롤은 되고 한국 김밥은 안된다라는 것을 시원하게 뒤엎어준 사건이기도 하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진리를 입증해 준 것이기도 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