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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정은의 후계자는 김주애일까…남은 변수는?

[N코리아 정식] 김주애 등장 10개월,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갈까

지난해 11월 18일, 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김정은 총비서의 딸 주애가 처음 등장한 이후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흰색 겨울옷에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던 주애는 머리를 손질하고 성인 여성처럼 단장하더니 이제는 김정은의 단골 수행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주애는 인민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지난 2월 열병식장에서는 주석단에까지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 얼마 전 9월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옆자리에 당당히 착석함으로써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1년도 안 된 시기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북한 권력의 핵심 위치에 자리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과연 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39살에 불과한 김정은은 왜 벌써부터 후계와 관련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김주애 등장 이후 지난 10개월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김주애는 왜 등장했을까

김정은 총비서의 딸 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애의 등장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ICBM 발사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
딸과의 친근한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자애로운 어버이로서의 김정은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든가, ICBM이 후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 했다든가, ICBM 발사가 아이랑 같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려 했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관측들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김주애의 등장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는데요. 시간이 가면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주애가 등장한 이유를 알려주는 데 가장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올해 2월에 있었던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었습니다.

김주애는 2월 열병식을 전후해 후계자급 대우를 받았습니다.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 김정은 부부 사이에 앉아 인민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고, 열병식장에서는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인민군을 사열했습니다.

2월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 인민군 장성들과 사진 찍은 김주애
또, 열병식장 귀빈석에 자리 잡은 주애는 행사 도중 주석단 앞자리에까지 나왔고, 북한군 기병대 행진에서는 김정은의 백마에 이어 김주애의 백마까지 등장했습니다. 북한은 김주애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까지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2월 열병식에서 주석단 앞자리까지 나온 김주애
특히 2월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외친 구호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북한 군인들은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반복적으로 외쳤습니다. '김정은 결사옹위'는 북한이 계속해 오던 구호지만, 백두혈통 즉 김정은의 가족을 결사 보위하겠다는 구호가 나온 것은 2월 열병식이 처음이었습니다.

김정은의 딸 주애가 주석단 귀빈석에 있는 상태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주애를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뿐 아니라 김정은 자녀에게까지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열병식을 통해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의 다음 권력도 김정은 자녀에게 갈 것이니 '4대 세습'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선포이기도 했습니다.
 

김주애의 등장과 김여정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군이 2월 열병식장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칠 때,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주석단에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여정은 당시 열병식장에서 모습을 찾기 어려웠는데, 북한 조선중앙TV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열병식장 외곽에 서 있던 김여정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부부와 주애가 열병식장에 입장할 때, 밀집해 있는 군인들 뒤편으로 대열과 떨어져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김정은 부부와 주애가 입장할 때 멀리 떨어져 서 있는 김여정(빨간 원)
김여정은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 주애가 인민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을 때에도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김여정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사실상의 2인자로 자리 잡으면서 '김정은 남매정권'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든 사람이었는데,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외곽으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이 관찰된 것입니다.

2월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도 외곽에 자리 잡은 김여정(빨간 원)
2월 열병식 말고도 김여정의 위상 변화와 관련해 주목해 볼 만한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에 체육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김정은도 딸 주애와 함께 경기를 참관했고, 이날 행사에는 김여정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특이했습니다. 김여정은 관람석 뒤편의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았고, 김여정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습니다. 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 행사를 보도하면서 김여정의 얼굴을 단 한 번도 정면으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착석 위치는 물론 조선중앙TV의 편집에서도 김여정이 완전히 소외된 것입니다.

2월 체육 경기 당시 중앙에 앉은 김주애와 뒤편 구석자리에 앉은 김여정
김정은 옆 중앙에 앉은 김주애와 뒤편 구석에 앉은 김여정의 모습은 김주애의 부상과 함께 밀려난 김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했습니다.

여기서 이런 추론이 가능합니다.

김정은이 내보이고 있는 4대 세습의 메시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김여정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즉, 다음 권력은 여동생이 아니라 자녀에게 갈 것이니, 김여정에게도 '혹시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김정은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역대 어느 왕조에나 있었던 가족 간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김정은이 사전에 조정하려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4월 김일성 생일 때 같은 경기장에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 경기를 또 한 번 열었는데, 이때에는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김정은 부녀 뒤편의 중앙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2개월 만에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구석에서 중앙으로 이동한 것인데, 이는 김여정의 입지가 회복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김여정이 조카인 김주애로의 권력세습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김정은이 김여정의 입지를 회복시켜 준 것으로 보입니다.

스프 n코리아 정식 주애 4월 체육경기에서는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뒤편 중앙으로 이동했다

왜 벌써 '4대 세습' 메시지를?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아직 39살에 불과한데, 왜 벌써 권력을 누구에게 물려줄지 4대 세습의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일까요. 이 부분은 김정은의 건강 문제와 연관지어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2020년 4월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말까지 나왔던 '건강 이상설'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었지만, 이때 이후로 김정은이 건강과 후계문제를 고민하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2020년 8월 국정원은 김정은이 아랫사람들에게 권한을 나누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는데요. 김정은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건강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일을 나눴다는 취지입니다.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는 당 규약이 개정됐는데, 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제1비서'라는 직책이 신설됐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총비서한테 이상이 생기면 제1비서가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북한 역사에서 최고지도자 유고 사태에 대비한 규정을 당 규약에 만들어 놓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중반 김정은은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해서 몸무게를 20kg 정도 빼기도 했습니다. 고도 비만 상태인 김정은이 스스로 건강관리에 나선 것입니다. 물론,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과 후계문제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2021년 6월 체중을 줄였을 당시의 김정은
우리 정보당국은 김정은을 키 170㎝에 몸무게 140㎏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다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는 것으로 보이니 건강이 좋을 리 없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후계 구도를 어느 정도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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