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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내년에 확 달라지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뉴욕타임스 칼럼] The SATs Will Be Different Next Year, and That Could Be a Game-Changer, By Adam Grant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애덤 그랜트는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조직심리를 가르치며, 베스트셀러 책 "Think Again"의 저자다. 테드(TED) 팟캐스트 "Re:Thinking"을 진행하고 있다.
 

몇 해 전,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SAT를 치다가 시간이 부족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매번 거의 모든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기 때문에 놀랐지만,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간 교육자들은 시험 문제 푸는 속도를 학업 적성과 숙련도를 파악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기 위해 진땀을 뺐다. 그러나 시간 싸움으로 지식이나 지성을 측정할 수 없다. 시간 싸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좁은 영역, 즉 '시간의 압박에 학생이 얼마나 침착하게 대응하는가' 뿐이다. 결과적으로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풀도록 하는 시험은 많은 학생의 진짜 숨겨진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쉬운 문제를 더 빨리 풀어내기는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는 오히려 시간을 더 쓴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속도를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두개골 절제술을 집도하는 외과의나 내 세금을 맡은 세무사가 일을 서둘러 끝내주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속도가 중요한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 압박 속에서 방정식을 푸는 기술이 그 일을 잘하는 데 유용하다는 근거는 없다. 빠른 것이 장점이라면, 결단력과 절제력, 신뢰도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학생의 점수를 결정짓고, 이들의 교육과 직업 등 경력과 운명을 결정하는 시험들은 그런 것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마치 폭탄제거반에 취직하려는 사람이나, TV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하려는 사람을 뽑으려는 듯 학생을 평가한다. 시간제한을 두는 시험은 깊게, 느리게 생각하는 학생이 아니라 뭐든 빨리, 얕게 생각하는 학생에게 유리하다.

한 번은 내 딸이 수학 중간고사에서 자기 점수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학기에 치른 시험 중 가장 길고 어려운 시험이었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 어리둥절했다. 공부 방식을 바꾼 것도, 갑자기 이해도가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차이는 이 시험을 보면서 시간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해당 과목 선생님이 문제당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수학 시험에서 남학생들이 꾸준히 여학생들보다 강점을 보이는 소수의 분야는 바로 정신회전(mental rotation), 즉 3차원 물체를 머릿속에서 회전시키는 능력이다. 그러나 성별 간 차이도 시간 압박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수많은 연구에서 문제 풀 시간을 더 줄수록 남녀 간 차이가 줄어들었다. 시간제한을 줄일수록, 때로는 문제당 30초 정도 시간을 더 주기만 해도 성별 간 격차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여학생들은 수학을 잘 못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여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입견에 부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험을 칠 때 더 긴장하고, 이에 따라 작업 기억력이 저하되고 인지 과정이 방해받는다.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은 시간 압박이 이런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는 점이다. 여학생들이 자기 능력을 의심하게 되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최상의 전략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실수도 잦아진다. 불안감이 없을 때도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문제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있을 때는 접근법을 다시 생각하기도 하고, 답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다. 시간이 있을 때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배운 것을 근거로 추측한다.

나는 집에서 딸과 연습 문제를 풀면서 실험을 해보았다. 딸은 수학 과목에서 우등생이지만 시간제한의 압박을 받을 때는 상대적으로 쉬운 방정식 문제에서 틀린 식을 사용하는 등 실수를 했다. 일종의 오타(typo) 같은 실수라,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다 나오는 오타 같은 실수란 뜻의) 'matho'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시간제한 없이 문제를 풀게 하자, 어려운 문제는 물론 정신회전 문제도 잘 풀어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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