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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가성비' 최고는 칠레 와인! 이라고 생각했던 당신에게

[와인의슾] (글 : 곽태경 대표)

✏️  지식 디캔팅
· 상대적으로 저렴한 칠레 와인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 특정 지역이나 와이너리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
· 와인은 사람, 음식, 분위기 등이 중요하다

스프 와인의슾 곽태경

누구나 그랬듯... 칠레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와인바 대표로 와인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있지만 13년 전 저는 마산대 국제소믈리에 학과를 다니며 와인의 꿈을 키웠습니다. 마침 그때는 2011년이었고, 한창 국내에 칠레 와인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죠.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에서 수입되던 와인 가격이 확 낮아지다 보니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와인 가운데서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 칠레 와인이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칠레 와인을 최고의 가성비 와인이라며 대기업들은 열심히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 유명했던 대표적인 칠레 와인이 ‘몬테스 알파 M’, ‘알마비바(Almaviva)’ 등 입니다. 

알마비바(Almaviva)는 대표적인 칠레 고급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 출처 : pinto wines
당시 칠레 와인이 주목받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칠레 와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 프랑스 전통 보르도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칠레 와인이 보르도 와인과 비슷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을 쓰다 보니 보르도 와인과 비슷한 느낌이 난 거죠. 그런데 가격은 보르도 와인에 비해서 한참 저렴하니깐 칠레 와인을 안 마실 이유는 없었던 겁니다.

당시 저도 칠레 와인이 최고의 와인이라며 목 놓아 외치기도 했고, 모든 칠레 프리미엄 와인까지 직접 경험해 볼 정도로 칠레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칠레 와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왜?

졸업을 앞두고 와인 수입사 대표 하석환 소믈리에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프랑스 알프스 산맥 바로 밑에 위치한 사부아에서 와인을 직접 만들고 있죠. 

하 대표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 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을 낸 소믈리에 중 한 사람이기에 그의 밑에서 와인을 배우기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넘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부심을 느끼며 와인을 배우던 시절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만든 와인 리스트를 펼쳐보게 됐는데 놀라서 얼어붙고 맙니다. 나름 와인 학과를 졸업해서 와인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지는 알겠는데 와이너리, 즉 생산자의 이름은 난생처음 보는 이들이었고 당연히 그 와인들의 성격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목 놓아 불렀던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들은 단 하나도 그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소믈리에가 손꼽은 100여 가지 와인 리스트에 내가 그렇게 자부하던 칠레 와인이 없다는 게 너무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왜 칠레 와인이 리스트에 낄 수조차 없었는지 말이죠. 당시 월급을 모두 부어서 수개월간 그 와인들을 테이스팅 했고, 성격들을 파악하고,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기후에 따른 다양성, 생산자가 의도하는 바에 따른 다양성, 빈티지가 표현했던 한 해의 날씨에 따라서도 많은 다양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이란 음료는 전 세계 음료 중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고, 그 다양성만큼 손님에게 원초적으로는 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단 걸 깨달았습니다. 갇혀 있다면 그만큼 나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의 폭이 줄어든다는 것이겠죠.

오랜만에 다시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접하게 됐는데 이게 웬걸?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칠레 와인에서 느껴지던 감동은 또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세계 최고의 와인은 칠레라 믿었던 저에겐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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