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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어쩌면 '외로움부'가 가장 필요한 나라는 대한민국

[뉴스페퍼민트] (글: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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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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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혹은 하루에 여섯 잔의 술을 마시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나 환경이 있다면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피하려 할 겁니다. 다만 그 몸에 나쁜 대상이 공기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조차 못 하겠죠. 하루 담배 15개비, 술 여섯 잔보다 우리 건강에 더 해로우면서 잘 보이지 않아 생각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바로 '외로움'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회적 연결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때부터 농경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존에 필수 요건이었습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살펴보더라도 사회적 연결은 도움을 받는 집단과 주는 집단에 모두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한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사회적으로 거절당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신체적으로 통증을 경험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 동일합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은 세계 곳곳의 장수 마을을 찾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을 취재하고 기록한 작품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대신 다들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요인들이 나열됩니다. 건강하게 먹기, 적당한 운동, 삶의 목표를 세워놓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지내기 등이죠. 많은 요인 가운데 외롭게 지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장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 함께 어울리며 같이 먹고, 같이 놀고,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외로운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건강하고 서로 연결된 공동체가 장수의 또 다른 비결일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프가 '외로움이라는 질병'에 관해 칼럼을 썼습니다. 학문적으로 외로움은 개인이 바라는 수준의 사회적 연결감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주관적 고통을 뜻합니다. 칼럼에도 소개된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 미국의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른바 '국가의 의사') 비벡 머시 박사는 올해 펴낸 보고서에서 외로움은 "시대의 전염병"으로 규정합니다.

전염병은 엄연히 의학 용어인데, 외로움을 의학 용어로 정의하는 게 어딘지 어색하기도 하지만, 사실 의학적 근거를 충분히 댈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치매 발병률을 50%,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30%, 그리고 조기 사망률을 26%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연관성은 우울감을 비롯한 다른 의미 있는 건강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유지됩니다. 또한,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 자살 위험을 직접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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